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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Oct 26. 2018

상처이후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상처 내지 않기 전문가가 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유산이며

아버지가 복원하고자 했던 유년을 재건하는 가업.

상처없이 행복한 아기. 

틈이 없는 아기의 피부가 

기다가 생채기가 나고

벌어졌다가 붙고

저절로 땀구멍이 커지는

모든 변화를 변질로 바라보는 시선의 주입. 

슬프고 안타까운 애도의 길. 


그러나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진리인가?

본질인가?

상처가 나서는 안된다는 명령.

상처 없이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은

사실 불행한 유년의 장례식.

울어도 울어도 떠나가지 않는 엄마. 

엄마가 죽고 나서 부활하는 기쁨의 축제가

없었던 불행한 기와집.


상처가 나면 그것을 물어보아라.

왜 그렇게 아팠는지. 

내가 낸 상처에 대해 주저 앉아 사죄만 하지 말고.


상처를 내고 나면 다시 한번 확인해보아라.

그곳에 상처가 났던 자리가 아니었냐고. 

그것을 말하면 당신은 어떻게 되냐고. 


당신이 바라본 내가 누구였냐고. 


나는 이것을 해내면 부활하리라.

법열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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