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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an 21. 2019

삶, 여행, 시간

살아있다는 걸 매 순간 실감하는가.


어쩌면 나는 지독한 쾌락주의자이다.

혹은 체제 순응자이면서 체제에 비웃음을 던지는 회색분자이다.


시간이 이해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훌쩍 어디론가 가는 것.

다른 공간이 주는 비일상성.


느릿한 내 일상에는

군데군데 박아넣은 의례들,

힘들이지 않아도 굴러가는 관성,

작은 감사와 보람들이

게으르고 자주 지루해지는 나를

이곳에 발붙이게 한다.


낯설고 아름다운 곳에서

타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의 유년이나

그녀들의 청춘, 혹은 아픔,

혹은 떠나보낸 연인들.


내 몸을 이루는 물질이 모두 해체되면

무엇이 남을까.


내가 오늘 걸은 길,

그 위에서 내가 느낀 희노애락은

공간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언어는 조그만 열쇠구멍.


이곳을 통해 나의 세계로 들어오라.

그러나 먼저 바늘귀를 통과하는 낙타가 되어야 하고,

유리병을 깨지 않고 새를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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