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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05. 2015

청년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왜 그리 쓸쓸해 보였는지 알았다. 그 안에 있던 청년이 간데 없었다. 기름한 몸, 살짝 마른 얼굴,  눈코입은 그대로였으나 그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때 막 소년에서 청년이 되려고 하던 아이였다. 나는 아이와 청년 언저리에 있던 이와 헤어졌는데 내 앞에 나타난 남자에게선 청년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시간은 흘러흘러 25년 아닌가.

하지만 내가 꽃다운 청년을 기대한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때보다도 아름다와져 있었다.

좀더 기름기가 빠졌고 청춘의 거추장스러운 열기와 부풀기도 빠져 마치 한손에 잡히는 오래된 기계식 사진기처럼 감각적이었다.

  난 젊음이 아닌 그가 떠나보낸 청춘을 알아본 것이었다. 여전히 철없는 청춘에 끝자락에 있었던 나였기에 그의 모습이 낯설었는지오 모른다.

 청년이 떠난 그의 모습에서 어쩌면 잊고 있던 나의 소녀를 다시 불러 왔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가 길을 떠나 되돌아 오지 않은 그때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밤마다 그 소녀는 집으로 되돌아 오기 위해 수백개의 문을 열고 수천개의 계단을 걸어내려가야했다. 밤새 길을 걸어 다다른 그곳에는 있어야 할 집 대신 뫼비우스의 띠 같은 낯선 새 길을 만날 뿐이었다.

 길을 잃고 떠도는 그 소녀는 현실에도 불쑥 나타난 적이 있다. 멀쩡한 시내 한복판 뻔히 보이는 목적지 앞에서 길이 끊겼을 때 '길없음 돌아가시오'라는 푯말을 보고 주저앉아 울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그 소녀였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났다. 동그랗게 앞머리를 자르고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간 그 아이와 여드름이 벌겋게 올라와 웃을 때 마다 부끄러움이 번지던 어른이 되고 싶은 소년이. 그렇게 길을 헤매다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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