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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08. 2016

집을 찾아가는 여행

집을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갈까.


이제 알았다.

내 꿈의 주제는

언제나 나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래 내가 탈출하기를 꿈꾸던 그 집은  

낯선 이의 집이며,

지나가는 정거장이었고

휴식이 아닌 긴장을 주는 곳이었다.


이제야 집에서 나온 나는

다시 집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꿈 속의 길은 이상하다.

지도대로라면,

1호,2호,3호를 지나

다음에 있어야 할 우리집이 없다.

하, 그 자리에 낡은 기와집이 서있다.

그 앞에 내가 서있다.


이 집은 누구의 집일까?

가만 보면 집에는 냄새와 자세가 있다.

그 집은 약간 삐닥하게 서있다.

기와와 대문, 담장도 모두 먼지가 조금 앉은 고색창연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건물이 주는 우아함, 기품이 있는 건가?  아니다.

그냥 오래된 고집, 낡아 부서질 것 같은데도

사람이 살고 있다. 분명.


가만히 서서 조금은 우스꽝스런 기와선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린다.

나는 이 집이 싫어.

이 곳은 내 집이 아니야.


다시 이번에는 왼쪽을 돌아

우리집을 찾아간다.

길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우람한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머리에 흰 쓰개를 쓴 한 무리의 수녀들이 지나간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고 지나간다.

나는 움츠러 들었다.

높은 학교 담장 사이로 고양이가 울며 지나간다.


모퉁이를 돌자 이번에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먼지를 날리며 지나갔다.


길에는 어떤 건물도 없다.

나는 길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네가 오기 전에 나는 떠나야 하나?

메마른 대지 위로 해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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