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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24. 2016

엄마의 기억

누구나 엄마가 있다.

아니 수많은 신화와 전설과 이데올로기와 클리셰가 범벅이 된

엄마라는 기억을 가진다.


엄마와의 서사는

지구를 구하는 영웅의 탄생 설화보다

오래 되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내게 심어준 사람이다.

그녀는 태 속에서 느낀 뜨근한 양수의 온도와

질을 따라 세상으로 나올 때의 압력과 통각,

거친 공기를 만난 폐의 아픔을 잊게 한 

양 팔과 가슴의 부드러운 피부를 준 사람이다.


그녀의 젖꼭지가 얼마나 황홀했는지는

이제 기억도 못할 지경이다.

날마다 나를 배부르게 했던

만족스러운 그녀의 가슴을 이젠 떠올릴 수가 없다.


울고 있을 때 마다

그녀는 나에게 나타났다.

때론 몇 번의 배신이 있었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어김없이 나의 눈물에 아파했다.

나를 향한 그녀의 눈길이 얼마나 아름다왔는지는

이젠 복원할 길이 없다.


내 인생의 최고의 행운이 있다면,

그때 나에게 엄마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완벽할 필요도 없었고,

아름다울 필요도 없었다.

유일하게 중요한 건

내가 있기 전에 그녀가 있었고,

그러므로 나에게는 그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라진 신화나 전설보다

아름다운 역사이다.

역사가 때론 배신 투성이며

오욕과 오해로 도발된 욕망들의 장이지만,

신화에 없는 힘이 있다.


너와 나의 이름이 상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행위가 시간을 만들어가는 그곳에선

슬픔이 허락된다.

그러므로 나의 엄마.

그녀가 행한 무수한

실패와 결함은

그녀의 존재를 무화하지 못한다.


우리를 연결하는 관계보다

먼저 이곳에 존재하는

너와 나.


세상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듯이

그것이 끊어지는 날에는

나는 슬픔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허락된 시간 동안

인생은 축제처럼 아름다워라.

그 이후의 긴 슬픔을 알고있는

모든 존재의 몸짓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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