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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15. 2016

비오는 날의 커피

점심을 먹으러 거리로 나서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우산이 없다. 걸음이 급해진다.

약속 장소까지 가려면 조금 걸어야 하는데.

사람들 발걸음이 빨라진다. 더불어 빗방울도 점점 굵어진다.

한 손은 머리 위에, 다른 손은 겉옷의 앞섶을 쥐고 성큼성큼 걷는다.

횡단 보도 앞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커다란 카페 입구 처마에서 비를 피했다.

갑자기, 눈 앞에 빛이 보이는 것 같더니 천둥이 요란하다.

순식간에 소나기가  쏟아진다.


저 비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간,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될 것이다.

나는 등 뒤로 시원한 냉기를 느끼며 카페 앞에 한참 서있는다.


비오는 날엔 유난히 냄새가 자극적이다.

거리를 지나가면, 하수구마다 쿰쿰한 냄새들이 먼저 올라오고,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많지 않는 나무나 풀들에서 밀고 올라오는

싱그러운 냄새들에 머리가 시원해진다.


바닥에 튀듯이 올라오는 빗방울들의 춤을 보면서

나는 카페에서 풍겨나오는 진한 커피 향기를 마셨다.

커피향을 맡고 있는 나는 어느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첫사랑이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할 때

내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던가.

어린 시절, 동생과 알커피에 프림을 듬뿍 넣고 탄 커피를

낄낄거리면서 원샷했던 그날 밤, 그때처럼 두근거렸다.


맥박이 나를 지상 위로 조금 띄웠다 내려놨다 하는 것처럼

나는 너를 보면서, 가을 바람을 보았지.


등 뒤로 시원한 냉기와 커피향이 내 등을 애무하고

비오는 거리는 한여름의 침대 위처럼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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