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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Sep 09. 2016

Spacecraft

일상과 유영의 공간차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길 가의 풀,

쿵쿵거리는 내 발소리,

무성 영화의 툭툭 끊어지는 연속장면

한프레임 한 프레임

조금씩 전진하는 시야.

우주복을 입고 뒤뚱거리는 화성 위의 지구인,

아니 지구위를 걷는  화성인 같은 기분이다.


우주선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우주 영화를 볼 때 마다 느끼던

조마조마한 기분,

'어서 그곳으로 들어가'

지구에 사는 나에게 늘 말하고 있는 얘기.

걷고 있는 장면에 자막처럼 흐른다.


그 우주선은 지난 십년간

지방 소도시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던

숨은 과학자의 실험작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에 뜬 작은 판매글을 보고 연락한 중개인은

이런 상태의 물건은 만나기 힘들다고

전화너머로 침이 튈 정도로 말했다.

너는 다른 사람들이 그 차가 우주선인 걸

알아채기 전에 얼른 사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랬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

우주선이 뜨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주선의 우 자도 모르는 중개인이

우릴 어찌 알고 그런 말을 늘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항로는 여신의 가호가 없이는

절대로 열리지 않는 법.


첫 눈에 나는 그 차가

우리를 미래로 데려다 줄

 드로리안인 것을 알았다.

우주 어딘가에 길을 잘 못들면

우리는 시간이 구부러지는 거기로 갈 수 있단 걸

대충은 짐작한 거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느 별나라, 어느 우주 정거장.

그러나 바람이 좋은 날마다

우주선에 올라탄 우리는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고

매번 지구로 귀환했다.


지구에선 우리를 찾아내려고

귀환 통신을 보낸다.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길을 잃은 우주 미아인 것이다.


바람이 여러 날 째 불지 않아

우주선이 뜨지 못했다.


구름의 움직임을 보며 생각한다.

어느 별로 갈지 굳이 생각하지 말자.

착륙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

조금은 실망한 너와 내가

어쩌면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우주의 미아가 돼도 좋을 만큼

멀리 나가지는 못한 걸 보니.


사실 저 우주는

드넓은 무대 뒤에 걸린

걸개 그림일지도 몰라.


그림에 속아

반짝이는 별을 향해 가는 동안

우주선에 함께 탄 매순간,
그 순간이

아직 가보지 못한 미래인지 모른다고.


우리는 미래를 조금씩

살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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