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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18. 2016

알고도 모른 것을 알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모든 앎의 중심이 된다.

왜냐면 그 앎은 우리의 삶을 바꾸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처음 한 사람이 프로이트였다.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정한 방식의 관계를 맺는데,

그런 관계가 야기하는 문제에 자신이 항상 걸려든다는 것을

자신은 모른다.

말하자면 인간은 각자 관계에 관한 러프한 각본을 가진다.


문제는 각본을 한번도 본적은 없다는 것.

각본은 경험으로 저장되었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가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이 언제인지도 잘 모른다.

그 순간을 우리는 무대 장치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배경음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가 연출이 되어서

무대장치랑 배경음악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

너무 일찍 어떤 배경음악이 깔린 채

무대에 떠밀려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할 권리도 없다.

우리는 어쨌든 이 연극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


그러나 불공평한 인생에 비밀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각본을 행하지 않고,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모르는 것.

그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자유로와 진다.

우리를 자유롭게 할 진리는

단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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