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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20. 2016

기도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

그런 몸짓이 기도이다.


기도는 낮은 자의 몸짓이다.

나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과

아픈 자기 수용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쉽게 기도하는지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올 때가 있다.

누가 보고 있어도

그들은 정성스럽게 손을 모으고

누군가에게 빈다.

약한 것은 결점이 아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지 못하는 내 안에는

해결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 못하는

가혹한 심판관과 함께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공로를 넘기는 듯한

아쉬운 패배자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두려움 없이 두손을 모아보라.

기도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나와

기도하는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내가

조용히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면서,

흩어지고, 사라진다.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이것은 불교의 오랜 진리이다.

생명 안에 깃든 정신 작용을

불변하고 견고한 실체나 구조로 착각하기 때문에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매일 돌을 굴려 높은 산에 힘겹게 오르고도

다시 아래로 굴려 내리는 헛된 짓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삶을 진실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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