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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21. 2016

말하고 있지 않는 것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참으로

오래된 염원이다.


그러나 그처럼 마술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리수리 마수리하고

'말하면 이루어지는' 마술보다

더 어마어마한 마술이 바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마술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마술 아닌가.


"내가 너의 마음 속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하고 노래하지만

아무리 원해도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를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기 보다,

그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다.

"내가 그것을 원해요"라고 말하지 않고,

어느날 그가 그걸 알기를 기다린다.

왜냐면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아이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숲속에 버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먹으려는 욕심쟁이라서,

달콤한 과자를 탐하는 아이라서,

버림받은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버림받을 것을 알고 있다.


때로는 말을 하면서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음을 감추기 위해 다른 말을 늘어놓거나

당연히 가야하는 말의 진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자리만 쏙 빼놓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말하지 않은 그것이 바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눈  수많은 이야기 중

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아파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버림받은 그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말하지 못하게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말이 되지 못한 마음의 부스러기가

밤하늘의 별이 되다면

빛나는 그 별들을

어느날 시인이 받아적어 준다면

네가슴만 열면 쏟아졌을 그 별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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