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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06. 2016

반짝이는 것들

천천히 알게 되버렸다.

평소에는 금붙이나 번쩍거리는 것들을 약간 혐오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멋쟁이로 분류되는 한 유형 중에,

유난히 리넨이나, 자잘한 면 레이스, 아니면 까끌거리는 면으로 된

치렁치렁한 머플러나,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나,

엉덩이 선을 전혀 알 수 없게 만든 독특한 패턴의 팬츠나

'풍성한' 실루엣이라지만,

단정한 것은 아닌, 어찌 보면 좀 벙벙한옷들을 겹쳐 입는 멋쟁이들.

그런 이들의 그 내추럴하고, 편안하고, 매끈한 면이 전혀 없는

그런 아름다움은

별로 시도한 적이 없다.

나는 번쩍 거리는 것을 가까이 한 적도 없지만,

거칠고, 편안한 것을 나와 나란히 둔 적도 없는 셈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번쩍대지 않을 뿐,

매끈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광택이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깔은 부담스럽워 하지만,

하나 하나 뜯어 보면, 곱고

여럿을 겹쳐 놓으면 차분해지는 것들.

잘 재단되고, 몸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나름대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것들.

마치 르느와르가 어린 소녀의 옷자락을 표현하기 위해

골라놓은 색깔들의 파레트처럼

 서로 번져가며 환해지는 그런 광택같은 것이었다.


번쩍이는 것은

경박하고, 충동적이며, 뻔하고, 우습다.

불안을 그대로 노출해서,

잘못 버튼을 누르면,

조절되지 않은 목소리나,

경우에 맞지 않는 자랑처럼

우스꽝스런 자기애가 관객도 없이 폭죽을 터뜨릴 염려가 된다.


그러던 내가 한 달 전 쯤

클립을 한 통 사면서,

금색, 그러니까 금매끼가 된 것을 골랐다.


무엇인가 문장으로 떠올린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비슷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뭐, 내 인생에 이 정도 화려함은 허락해주자.

좀 잘못 번쩍거리면 어때?라고.

아니, 와 고급스럽다라고! 하하


생각해보니,

내가 한때 목에, 손가락에

금붙이를 한참 두르던 때가 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는데도

그때는 허기가 졌었다.


자신감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도 괜찮았다.

사실 그게 자신감의 다였는지도 모른다.


금색 클립이 저들끼리 뭉쳐서

더 화려하게 빛을 낸다.


나에게 있는 숨은 통로. 허락되지 않은 수많은 금기들.

어떤 것들은 너무 잘고, 미미한 것들이라서

그것을 통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뭐 알아차려도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그러나, 알아차리고 놓아주자.


나도 반짝거리는 것을 욕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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