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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an 19. 2017

기억

그래, 반갑다. 그때 1반이었던 애들 묶어서 단톡방을 열테니까

번호 좀 알려줄래? 너도 기억나지 00?


어느날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거나

아무도 모르게 라디오에 청취자 엽서를 보냈는데 방송에 내 이름이 나왔다거나

고개를 돌렸는데 무지개가 걸린 산봉우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난 것을 믿을 수가 있을까.

그런 일들은 이제 나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진 시간대에 있었다.

시간의 씨실 날실 모두 불행인 시간들이 있었다.

가슴이 저리게 예쁜 시간도 있었지만 그건 가슴이 저렸다.

행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행복을 다 담을 만큼 내 마음이 비어있지 않았다.

걱정과 불안, 분노가 구석구석 들어차 있었다.

마음은 이상한 것이 아무리 쪼개어 쓰려해도

하나로 밖에 쓸 수 없다.

물을 담아 둔 채로는 다른 것을 같이 담을 수가 없다.

쌀을 담으려거든 물을 다 비워내야 한다.


그 일은 그냥 해일이 넘어 오듯

마음의 방파제를 훌쩍 넘어버린다.


생각을 하기 전에 무엇이 벌써 넘어왔고

담겨 있던 것은 어디로 쓸려가 버렸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걸까.

좀 먹는 것처럼 천천히 가던 시간이

심장이 쿵쿵 뛰는 것처럼 공간을 죄었다 놨다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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