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표정을 본 적 있는가

행복에 대한 고찰

by Anne

어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중이었다. 매번 가던 길, 매번 타던 버스에 앉아 매번 정차하는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서서히 서기 시작했다. 창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날따라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왜들 그렇게 우울해 보이는지. 슬퍼 보이는지. 삶이 고단해 보이는지. 나는 그들의 속을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슬퍼졌다. 길 위에 수많은 사람 중 웃고 있는 사람, 아니 평화로운 무표정의 사람조차 난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공허하게 비어버린 눈빛과 복잡한 눈꼬리, 굳게 다문 입, 말린 어깨, 무거운 몸을 끌고 가는 다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한국이 그런 걸까 대도시가 그런 걸까. 조금 성공하지 않더라도 돈을 잘 벌지 않더라도 행복해질 순 없을까. 삶을 살아가는 것에 나의 행복이 큰 이유가 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행복이란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무의식 속에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걸까. 내가 본 그들의 표정은 무언가에 쫓기는 것만 같았다. 열심히 살아야 해. 남들보다는 잘 살아야지. 오늘 하루도 노력하며 살아야지.


그런데 내가 캐나다 시골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느꼈던 건, 그 사람들은 그냥 산다. 자신의 직장에 나가 오후까지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집에 가서 쉰다. 휴가를 낼 땐 어떤 이메일도 받지 않고 자동응답 회신만 돌아오는데, 그것이 당연한 거였다. 먹고살 돈만 버는 느낌인데 그냥 그렇게 산다. 뭔가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을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말이 안 되는 거다. 살아온 역사와 문화가 다른데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만 벌어도 먹고 살만 하니까 성공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까 그렇게 사는 거라고. 결국 정답은 없다. 그저 태어난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래도 가끔은 한국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삶을 즐기며 살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한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을 텐데라는 허상을 꿈꾼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최종 목적을 물으면 '행복'이란 단어를 말한다. 사실 난 행복이란 거창한 단어가 이제 질린다. 행복이 뭔데.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잡지 못할 환상을 손에 쥐려고 끊임없이 뛰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행복을 좋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로 밖에 해석하지 못하겠다. 그저 순간들이다. 거창한 목표로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지나가는 순간들. 그저 순간의 기쁨, 웃음, 만족감. 그런 것들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참 기분 좋을 것 같다. 모든 이가 그럴 수 있다면. 태어난 김에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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