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세 번째 프롤로그입니다.
프롤로그는
(1) 50대, 인생 2막을 시작할 때
(2) 전자책 전문 출판사를 선택한 이유
(3) 왜 개인사업자 대신 법인을 선택했나
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1인 출판사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하거나 법인을 세우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사업자가 더 간편하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에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사업자로 전자책을 출판하고 있었고, 간편 장부를 활용하면 세무 신고도 수월하다는 정보가 넘쳐났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는 벌어들인 수익 전체가 곧 개인의 종합소득으로 귀속된다. 일정 소득을 넘으면 세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지역건강보험료도 소득에 따라 예기치 못한 부담이 된다. 물론 직원을 고용하면 개인사업자도 직장건강보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이 퇴사하면 대표는 곧바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불안정성을 피할 수 없다.
법인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 법인은 개인과 별개의 법적 인격체다. 나는 법인에서 일하고 법인으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법인이 나와 남편을 직원으로 고용해 급여를 지급하면, 우리는 둘 다 직장건강보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단, 대표라도 실제로 급여를 받아야 직장가입자로 인정된다. 급여를 받지 않으면 무보수 대표로 간주되어 지역가입자로 분류된다.
매출이 발생하면 법인의 장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 원까지 9퍼센트의 고정세율이 적용된다. 종합소득세의 누진세율과 비교하면, 수익이 커질수록 세금 부담에 큰 차이가 난다. 또한 대표와 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크다. 직원이 퇴사해도 대표가 급여를 받고 있다면 직장건강보험 자격이 유지된다.
그러나 내가 법인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세금이나 보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콘텐츠가 법인의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다는 구조적 가능성이야말로 나를 움직인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출판물은 단지 일회성 매출로 처리된다. 내가 직접 집필한 책이든, 출판사 명의로 낸 책이든 그 수익은 개인의 소득으로 귀속된다. 창작의 결과물이 곧바로 수입으로 전환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그것이 지속적인 사업 가치로 축적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인은 다르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들어간 기획, 집필,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일련의 노력과 자원이 일정 기간 수익을 창출하면, ‘출판권’이라는 무형자산으로 장부에 계상할 수 있다. 이 자산은 향후 콘텐츠 IP 사업, 2차 저작물, 출판권 양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단순한 매출을 넘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시장 경쟁력을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출판물이 단지 소비되고 사라지는 콘텐츠가 아니라, 회사의 자산으로 남는 구조. 이것이 내가 법인을 선택한 핵심 이유였다. 나의 글과 작업물이 단기적인 수익을 넘어 회사의 미래를 구성하는 자산으로 쌓인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법인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설립 당시 법무사 비용, 등록면허세, 공증비 등 초기 비용이 들고, 설립 이후에도 복식부기에 따른 기장료와 연간 조정료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특히 매출이 적거나 불규칙한 초기에는 이러한 비용이 손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개인사업자를 선택한다. 등록이 쉽고, 폐업도 간편하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상황이 나빠지면 쉽게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쉰다섯이라는 나이에 시작하는 이 일을 그렇게 가볍게 시작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포기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약간의 무게를 짊어지는 편이, 내가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여겼다.
법인은 설립 그 자체에 책임이 따르고, 해산에도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회계와 세무 의무도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임감과 구조적인 무게가 나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 같았다.
법인은 내가 시작했지만 내 손을 떠나 자생할 수 있는 존재다. 지금 뿌린 씨앗이 잘 심기기만 한다면 내 손을 떠나 꽃을 피울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법인의 그런 생명력에 매료되었다.
내가 집필하고 출판한 책에서 발생한 수익은 나 개인뿐 아니라 법인의 수익으로도 남는다. 다른 작가의 책을 출간한다면, 그 수익 역시 작가와 법인이 함께 나누게 된다. 법인은 자산과 수익을 점차 축적하고, 나는 대표로서 급여를 받거나 배당을 통해 열매를 나눌 수 있다. 이후 매출이 증가하면 직원을 추가 고용해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순환 구조는 개인사업자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무엇보다 나는 내가 쓰고 펴내는 글들이 단지 부업이나 소소한 수익의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수익이 작더라도, 법인 이름으로 출간된 글이라면 보다 공신력 있고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인의 장부에 출판권으로 계상된 콘텐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형자산으로 축적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출판 주체로서의 기반을 이루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부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머무는 삶은 별로 흥미롭지 않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삶까지도 밝히는 일. 그것이 바로 내 인생 2막에서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의 대표이자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내 삶과 글의 가치가 더욱 단단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로 남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