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두 번째 프롤로그입니다.
프롤로그는
(1) 50대, 인생 2막을 시작할 때
(2) 전자책 전문 출판사를 선택한 이유
(3) 왜 개인사업자 대신 법인을 선택했나
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에 대한 욕심이 생기긴 했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책 출판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출판계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지는 익히 알고 있었다. 원고 청탁부터 편집과 교열, 표지 디자인은 물론, 인쇄와 배송, 재고 관리까지.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사업이자 고된 제작 공정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다르다. 인쇄 과정이 생략되는 디지털 파일 형태의 책은 재고나 물류 부담 없이 제작과 유통이 가능하다. 규모가 작아도 독립적인 출간이 가능하다. EPUB 형식으로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약간의 기술적 학습이 필요하지만, 한 번 익혀두면 반복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
PDF 형식은 더욱 친숙했다. 수십 년간 논문을 쓰고 강의 자료를 만들며 익힌 문서 작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자책 출판은 내게 낯설고 위축되는 분야가 아니라, 오히려 익숙하고 자신감이 드는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전자책 제작과 유통 환경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서 자신만의 글을 모아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사례가 늘었고, 유튜브나 블로그에는 초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튜토리얼도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다. 더는 대형 출판사에 의지하지 않아도, 누구나 독립적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내놓고 싶었던 글은 이미 블로그를 통해 오랫동안 써온 이야기들이었다. 이 글들은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검증된 경험이 있었고, 실제로 출판사의 출간 제안도 받았던 글들이었다. 안타깝게도 해당 출판사의 갑작스러운 도산으로 계약은 무산됐고, 이후에는 다른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평가받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나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내가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전자책 전문 출판사라면 그 길이 더 수월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원고 집필부터 편집과 제작, 출간과 홍보까지 모든 과정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누군가의 평가나 거절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출간 후 반응에 따라 즉각적으로 기획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전자책의 큰 장점이다. 규모는 작지만 유연하고 자율적인 이 방식은 나 같은 1인 창작자에게 꼭 맞는 모델이었다.
더구나 독자의 독서 습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무거운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 이들이 늘었고, 짧고 간결한 콘텐츠, 개인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전자책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는 기획과 편집, 제작과 유통,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감당하되, 그 범위를 전자책으로 한정하는 1인 출판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여러 사람이 나눠야 할 일을 혼자 해내야 하니 고되고 번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주제와 형식, 스타일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유는 그 모든 수고를 감내할 만한 가치였다.
그렇게 나는 1인 전자책 전문 출판사의 대표이자 작가로서 인생 2막의 문을 열 준비를 마쳤다. 돌발적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온 선택이었다.
모든 것이 우연처럼 시작되었지만, 어쩌면 이 길은 내가 반드시 한 번쯤은 걸어야 할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길을 걷기에 50대 중반의 나이는 딱 적당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