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의 시작, 불러야 꽃이 된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by 길벗의 앤 Anne


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첫째 날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DAY 1부터 DAY 7까지, 그리고 '법인 설립 그 후의 이야기'로 구성하였고, DAY 1에서는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을 점들’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은 점들

1. DAY 1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2) 동명이인은 싫다고요 : 중복 상호 검색하기
(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4) 주식회사라고 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야 : 주식회사 위치 정하기
(5) 어디에서 일하지? : 사무실 주소 vs 집 주소
(6) 얼마면 돼? : 자본금을 정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 때 유의할 점
(7) 혼자 할 수 있겠어? : 법인 설립은 셀프로? 무료로? 유료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I. 1주일 안에 온라인으로 출판사 법인 설립하기


법인 설립 전 준비부터 법인 등기, 출판사 신고, 사업자 등록, 그리고 4대 보험 가입까지. 나는 이 모든 절차를 단 1주일 만에 마쳤다. 그것도 집 안에서, 노트북 하나로, 100%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법인 계좌 개설만 유일하게 오프라인 창구를 다녀왔을 뿐, 나머지 과정은 모두 컴퓨터 앞에서 처리되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고,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랐다. 그 속도를 가능하게 했던 건, 무엇보다도 내 방향성이 분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전자 행정 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정교하고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막막했다.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많긴 많았지만, 대부분은 개인사업자를 기준으로 하거나 오프라인 절차를 전제로 한 글들이었다. 1인 출판사 법인을,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경험담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실제로 겪은 1주일간의 흐름과 행정 절차, 그때그때 내렸던 판단의 기준들, 그리고 그 과정을 지나며 느꼈던 감정까지 담아두면, 어딘가에서 같은 출발선 앞에 선 누군가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꼭 출판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름 하나를 현실로 꺼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덜 두렵고 덜 복잡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노트북과 공인인증서, 약간의 자본, 그리고 일주일이라는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함께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이름은 단지 부르기 위한 호칭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사물에게도 이름은 그 존재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짓는 힘을 가진다.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그 존재가 세상과 맺는 관계가 달라진다. 회사를 세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법인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사업체를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름을 세상에 정식으로 내놓는 일이다. 그 이름은 단순한 명패가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브랜드의 뿌리이자 세상을 향한 첫 문장이 된다.


법인의 상호를 정하는 일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문장을 짓는 것과 닮아 있다. 첫 문장이 어색하거나 길고 복잡하면 독자는 읽기를 멈춘다. 상호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불명확한 이름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반대로 간결하고 명료한 이름은 입에 잘 붙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힘도 그런 이름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름은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그냥 보기 예쁘고 말랑한 이름은 금세 잊힌다. 하지만 회사의 철학과 방향,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고 있는 이름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의미가 있는 이름은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는 곧 브랜드의 색깔이 된다.


나는 20년 가까이 ‘길벗의 앤’이라는 닉네임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용해 왔다. 이 이름은 단순한 닉네임이 아니라, 내 삶의 오랜 문장 같은 것이었다. ‘길벗’은 남편의 영어 이름 ‘Gilbert’의 우리말 이름이자, ‘세상을 함께 걷는 친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상상력이 풍부했고, 빨간머리 앤의 꿈꾸는 성격과 많이 닮아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남편과의 인연은 어느새 길버트(길벗)와 앤의 이야기처럼 흘러갔고, 나는 자연스럽게 영어 이름을 ‘Anne’이라 지어 쓰게 되었다.


‘길벗’과 ‘앤’. 이 두 단어를 조합한 ‘길벗의 앤’은 나의 정체성과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출판사 이름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길벗의 앤 출판사’나 ‘길벗 앤 북스’ 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이미 ‘길벗 출판사’라는 이름의 큰 출판사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사한 상호는 오해를 살 수 있고, 법적으로도 등기가 거절될 수 있었다. 나는 결국 ‘길벗’이라는 이름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앤’이라는 이름만큼은 놓을 수 없었다. 그 안에는 내가 지켜온 정체성과 상상력, 그리고 나다운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름을 찾기 위해 나는 ‘챗지피티(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출판사 이름 좀 추천해 줘”라고 묻는 대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왜 이 출판사를 시작하려 하는지를 길게 설명했다.


'챗지피티'가 제안한 이름 중에 마음에 들어온 이름이 있었다. ‘앤앤북스(Anne & Books)’와 ‘앤스북스(Anne’s Books)’. 두 이름 모두 애착이 갔지만, 지인들의 의견도, 나의 생각도 결국엔 ‘앤앤북스’ 쪽으로 기울었다. ‘앤스북스’가 ‘나만의 책’이라는 뉘앙스를 가졌다면, ‘앤앤북스’는 ‘나와 책’, ‘나와 사람들’이라는 관계성과 확장성을 품고 있었다. 나중에 사업이 확장된다면 ‘앤앤트립(Anne & Trip)’ 같은 이름으로 시리즈처럼 이어갈 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들었다.


이름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정돈되었다. 출판사의 방향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조금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내 안에서 오랫동안만 맴돌던 이름 하나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앤앤북스(Anne & Books)’ — 쉰다섯이 되어서야 만나게 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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