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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만혜서 Jan 19. 2023

서운한 집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서운한것 투성이였다. 나라는 존재만 두고보면 서운한게 없었지만 나고 자라난곳에 대한 모자란 마음이 항상 있었다. 어릴때에는 차라리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되거나, 어디론가 입양되는 빨간머리 앤이나 사실은 부자집 딸이였던 소공녀가 되고 싶었다. 나는 집이 섭섭했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부를 수 없는 건물과 동정을 보내기 쉬운 가정이 섭섭했다. 대학생때는 비오는 날 명품우산을 가지고 지나가는 볼링장 손님까지도 시기했었다. 그 사람의 이미지에서 넘치는 사랑이 느껴져 버럭 질투가 났었다. 인터넷에 '이래서 화목한 가정이 중요하다'는 아무의 댓글에도 상처받는 나이였다. 그 기분은 아직까지도 듬성듬성 번식한다.


 나는 서운함을 감추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갔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를 드러내며 사람을 만나왔다. 왜 그토록 감춰왔는지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 아무도 나에게 하지 않았던 말이지만 '너 그럴줄 알았어'나 '그러니까 그렇지' 같은 편견 섞인 말을 겁냈던거 같다. 아무런 과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만 보고 하는 무심한 말을 겁냈다. 그 말에 섞여있을 동정과 편견을 미리 서운해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암막천으로 가려놓았던 집을 투명하게 보여줘야하는 시기가 왔다. 긴 시간동안 혼자 전전긍긍하고 타이밍을 놓치며 뒷걸음질 치다가 더이상 갈 길이 없는 그 마지막 순간에 보여줘야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평생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침묵의 대가는 컸고 예상했던 무심한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 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 '나'라서 더 좋다고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집이 세상 밖으로 드러내면서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했다. 아직도 투명해질 용기가 없는 나를 채찍질 하고자, 나와 똑 닮아있는 내동생에게 힘이 되고자, 집을 마음 깊숙이 숨겨 놓았던 나를 반성하고자. 자서전이 나오는 날까지 집이 서운했던 마음을 마주하고 달래야한다. 끝은 서운하지 않은  결말로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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