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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만혜서 Jul 25. 2023

불행한 네가 가끔 부럽다.

나와 정반대인 너

자연스럽게 올라간 입꼬리, 헤픈 웃음을 가진 네가 부러웠다. 2014 회사에서 랑이를 만났다. 늘씬하고 연예인을 닮은 신입사원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사무실 분위기가 들떠 있었다. 랑이는 신입답지 않게 당당했고 바비인형 같은 얼굴형과 버선코 같은 콧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돋보였다. 아버지가 방송국 국장이라 그런지 풍기는 냄새도 고급스러웠다. 화장실 조명 아래에서 마주친 랑이는 가만히 있어도 . 그에 반해 거울에 비친  모습은 백화점에서  원피스를 입고 있어도 촌스러웠다. 시골에서 올라온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충격으로 다가온 사람이 랑이였다. 나는 석자, 너는 해랑. 나는 불우, 너는 화목. 나는 가난, 너는 부유. 나는 촌티, 너는 화려. 너는 웃상, 나는 울상. 모든 것이 비교가 되고 부러웠다. 어쩜 너는 이름도 '해랑'이니...


그 시절 랑이는 나에게 '치열하게 살아온 네가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힘이 쭉 빠졌다. 내가 랑이를 보면 티 없이 맑은 기운을 느끼듯이 랑이도 나를 보면 팍팍한 냄새가 맡는 듯했다. 나는 청춘시대의 '윤진명',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와 같았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아무리 감추어도 삐져나오는 불행의 냄새를 들키고 말았다. 나는 랑이가 예물로 받은 루이비통 가방과 4명의 가족이 롤렉스 시계를 차고 찍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우러러보다가 34살이 되었다. 올해 겨울, 랑이는 두 번째 이혼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불행한 통곡을 했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던 여름이 되어 더 이상 바닥은 없을 줄 알았던 랑이는 이혼기념 힐링여행을 가서 2천만원을 날리고 온다. 설상가상으로 카드를 분실해 72만원도 날린다. 내가 부러워했던 랑이는 끝이 없는 불행과 불운의 깊이로 빠지고 있었다. 어제 랑이는 나에게 '남편에게 사랑받고 놀러 다니는 네가 부러워'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힘이 솟는다. 불행은 참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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