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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만혜서 Sep 12. 2023

네이버에 나를 검색하다.

네이버 메인에 내 이름이 떠있다. '강혜서님 생일 축하해요!'라는 배너가 눈에 띄었다. 카카오톡 생일 숨기기 기능을 처음 써보아서 그런지 아침에 열어본 휴대폰에 아무 메시지가 없어서 섭섭하던 찰나였다. 내가 태어난 오늘 나 '강혜서'는 디지털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아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 가장 먼저 생일을 축하해 준 네이버에 나를 검색해 보았다.


키보드로 강혜서를 입력하고 엔터를 눌렀다. 스카이캐슬의 강예서가 눈에 띈다. 혜서라는 이름이 어색한지 어르신들도 나를 예서라고 부른다. 네이버도 강예서와 강혜서를 헷갈려하는 듯하다. 이미지를 눌러보니 진짜 내 얼굴도 있다. 2017년에 활동했던 볼링클럽에서 올린 활동사진이었다. 2019년 12월 09일에 마지막 게시물이 올라온걸 보니 그 시절 참볼링클럽은 이제 없어진 모양이다. 제1회 영남대학교 볼링대회 기록이 있는 글도 있었다. 213점을 치고 여자 하이를 수상했다고 하는데, 내 기억 속에 있는 점수보다 훨씬 높아서 신기하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 게시판에도 강혜서라는 이름과 사진이 보였다. P회사의 사장님은 아직도 나를 그리워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려놓은 나의 공부 동영상을 아직도 본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왠지 짠했다.


'혜서'를 검색했다. 이름통계서비스에 따르면 '혜서' 이름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통 434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름의 인기도 장기 추세는 상승하는 추세이고 최근 3년간 인기도 추세는 하락하는 추세라고 한다. 혜서라는 이름으로 살아간 지도 이제 10년이 되었다. 내 이름 석자를 바꾸기 위해 작명소에서 3개의 후보를 받았었다. '라윤, 채X, 혜서' 세 가지 이름이 다 신생아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손발이 오글아들었다. 작명비용이 아까워 그중에 최선으로 혜서를 선택했다.


강이라는 글자와 만나 '강하다'는 발음이 되는 게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작명소에서 총명, 이지적, 원만, 신망, 정감, 인자, 행운, 대성공, 부귀번영, 대길이라는 온갖 좋은 말로 내 이름을 풀이했다. 이름 해석을 보니 지금 행복한 이유가 개명 덕분인 것 같다. 슬기로울 혜(慧)는 彗(비 혜)에 心(마음 심) 자를 받친 글자이다. '비로 쓸어 마음을 깨끗하게 한 상태'가 곧 슬기로움이다. 나는 이 한자의 뜻을 보고 괜히 손바닥으로 가슴 위를 쓸어내렸다. 마음이 가지런해지는 온도를 느꼈다. 그리고 풀 서(抒)가 나란히 있다. 내 이름은 슬기롭게 풀어나가라는 의미이다. 아직은 의미보다 발음대로 살고 있다.


혜서라는 이름은 비교적 최신이름이라 그런지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 '강혜서'가 나온다. 그에 반해 남편이름 박창환은 네이버 인물검색에서 유명한 동명이인이 13명이나 나오고 관련된 이미지와 글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창환이란 이름 옛날 이름 같나요?'라는 지식인 질문에 단호하게 '네, 옛날 이름 맞습니다.'라고 답변이 달려있다. 오래된 이름인 만큼 박창환들 사이에서 내가 아는 남편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 최신식 이름으로 살다 보니 네이버에 동명이인이 아닌 내가 많이 노출된다. 나는 강혜서라는 이름의 선구자로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강혜서라는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디지털세계에서 더 그렇다. 앤해서웨이보다 더 유명한 앤혜서웨이가 되고 싶고, 인스타그램에서 누구보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으로 빛나고 싶었다. 그런 내가 인스타그램을 또 삭제했다. 그 속에서 행복하고 소소한 일상을 뽐내는 다른사람의 인생에 배가 아팠다. '오프라인에서 오감을 다 느껴야지! 나를 살아야지!' 다짐도 한다. 내 이름 강혜서는 디지털세상에서의 텍스트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음성으로 불리고 싶다. 내 이름은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중요한 노래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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