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연애가 하고 싶다고요.
서른이 될 무렵에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연애를 하기 위해 적잖게 소개팅 자리에 나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소개팅 결과에 대해 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의 원인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었다. 실패의 과정을 일일이 언급하자면 내 속이 쓰리므로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는, 말도 안 되지만, 가장 피하기 쉬운 통속적인 이유를 들어 언급을 회피하겠다. 어쨌든 나는 만 4년을 연애를 못하고 있는 상태였고, 키스를 언제 했는지도 가물 할 정도로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소개팅 주선은 점점 줄어들었고,
더불어 나의 연애도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오래간만에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자연스레 상대방이 애프터를 신청했다.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당일 주선자에게 연락이 왔다. 썸녀에게 고백을 받아서 나를 못 만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을 주선자를 통해 듣게 하다니, 처음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남자의 무례함만을 욕했는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자존심이 상하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누군가 내가 연애를 하지 못하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간만 한 화장한 얼굴에 가장 아끼는 옷을 입은 그날의 나는 홀로 삼겹살에 소맥을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나도 연애가 하고 싶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