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네피스 Nov 09. 2016

혼자가 어때서?

나도 연애가 하고 싶다고요.


서른이 될 무렵에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연애를 하기 위해 적잖게 소개팅 자리에 나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소개팅 결과에 대해 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의 원인은 대부분 남자에게 있었다. 실패의 과정을 일일이 언급하자면 내 속이 쓰리므로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는, 말도 안 되지만, 가장 피하기 쉬운 통속적인 이유를 들어 언급을 회피하겠다. 어쨌든 나는 만 4년을 연애를 못하고 있는 상태였고, 키스를 언제 했는지도 가물 할 정도로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소개팅 주선은 점점 줄어들었고,

더불어 나의 연애도 멀어져 갔다.




그러던 중 오래간만에 소개팅을 하게 되었고,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자연스레 상대방이 애프터를 신청했다.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당일 주선자에게 연락이 왔다. 썸녀에게 고백을 받아서 나를 못 만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을 주선자를 통해 듣게 하다니, 처음엔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남자의 무례함만을 욕했는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자존심이 상하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누군가 내가 연애를 하지 못하도록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간만 한 화장한 얼굴에 가장 아끼는 옷을 입은 그날의 나는 홀로 삼겹살에 소맥을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나도 연애가 하고 싶다고요!'


작가의 이전글 혼자가 어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