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29 여름, 낭만이란 단어에 꽂힌 적이 있었다.
낭만적으로 살고 싶어 안달 났었는데, 낭만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결국, 낭만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막연한 생각에 하지도 않던 소개팅을 이틀에 한 번 꼴로
나갔던 기억. 그 기억이 낭만 하면 떠오른다.
낭만술집, 낭만포차 등등 낭만을 이야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일부로 그 프로그램들을 보지 않았다. 낭만은 나에게 그냥 막연한, 생각하면 몽환적이고
빛바랜 분홍색이 떠오르는... 그렇게 남겨두고 싶다.
사실,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바뀌고 싶었다.
29살 그 불완전한 숫자에서 겪었던 아픔, 불안함, 부끄러움, 수치심..
그리고 완전하지 못함.
그것들을 벗어나고 싶었다. 서른 1월을 맞이하면 수많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버킷리스트를 지켜나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아직도 완전하지 못하다. 항상 불안하고, 내 삶에 대해, 내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서른 여름이 온다면. 다시 낭만에 꽂히고 싶다.
낭만에 꽂혀 더 멀리, 더 낯선 곳으로 떠나고
낭만에 꽂혀 더 새로운, 더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낭만적으로 살고 싶다는 희망 그 자체가 낭만적이지 않을까?
낭만적으로 살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