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아버지가 만든 도서관
독립문역 근처에 산 지 4년이 넘었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주변에 왜 이렇게 오래된 여관과 목욕탕이 많은지 의아했었다. 이유를 찾아보니 서대문 형무소 때문에 면회오는 사람들이나 재소자들이 이용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또 독립문역 앞 영천시장은 할머니가 튀겨내는 도너츠로 유명하고 시장 맞은편 오래된 건물에는 부활 김태원이 젊은 시절 기타 연습을 했던 곳도 있었다.
관련된 이야기를 더 찾아보다 나는 한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이곳을 너무나 좋아하게 돼버렸는데, 그건 <이진아 기념 도서관> 때문이었다. 이진아? 이진아가 누구지? 나만 모르는 유명인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이진아씨는 2003년 미국에서 유학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여학생이다. 이진아 씨의 아버지는 그녀가 이렇게 잊혀지는 것이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던 그녀를 기리며 50억을 기부해 그녀의 이름을 따 도서관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2004년에 짓기 시작해 2005년 9월 15일에 완공했는데 그날은 이진아 씨가 살아있었다면 25번째 생일을 맞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데 나를 전율하게 한 것은 그 다음 이야기였다.
집 앞에 도서관이 생기는 걸 보고 너무 기뻤던 한 주민이 매일매일 아침 베란다로 나가 공사 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후 도서관에 얽힌 슬픔을 알고선 완공되는 날 사진들을 묶어 편지와 함께 건축가에게 전달했는데, 거기엔 이런 내용이 쓰여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