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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정 Jun 04. 2018

가짜 어른에 속지 않는 법

첫째, 말과 행동이 달라 헷갈릴 때는 행동만 보는 것이다

illust 키미앤일이



휩쓸리는 것이 휩쓸리지 않는 것보다 쉬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짜가 너무 많아서다. 영국의 사전 출판사 콜린스는 2017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페이크뉴스(가짜뉴스)’를 선정했다. 가짜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연구진은 가짜뉴스의 SNS 전파 속도가 진짜보다 최고 20배 빠르다는 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진위 여부가 검증된 뉴스들이 트위터 상에서 확산된 양상을 분석해보니 가짜뉴스는 진짜뉴스보다 리트윗되는 비율이 70퍼센트가량 높았다.
  
뉴스의 사실 여부를 알아차리는 힘을 키우는 일은 이제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꼭 필요한 태도가 되었다. 유시민 작가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보 홍수의 시대에 어떻게 읽고 쓸 것인가’를 질문하며 이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텍스트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시민 개개인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여 해석하는 관점을 가지고 각기 상충되는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가짜뉴스 감별법을 알려주면서, 작성자의 배경과 태도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쉽게 표현할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어렵게 말하는 이들은 남을 헷갈리게 해서 속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짜 뉴스의 폐해와 대응법은 ‘가짜 어른’에게도 적용된다. 각계에 멘토라는 사람, 전문가라는 사람이 넘친다. 당장의 기회가 절실한 청년들은 시간을 두고 관찰할 여유를 갖기 어렵고 경험이 별로 없어 나이와 직책이라는 권위에 속기 쉽다.

가짜 어른은 자신의 욕심을 타인을 위한 선의로 포장해 믿게 하며 그럴싸한 말로 사람을 현혹시켜 세를 불린다. 이들이 힘을 얻어 높은 자리로 갈수록, 횡포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분노가 쌓여가고 착취당하는 걸 모르는 채로 무기력해진다. 그러다보면 문제의 원인을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이나 자기에게만 찾는데 익숙해져 개선이 더욱 어려워진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면 권위에 속지 않고 가짜 어른을 구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사람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어떤 상사를 만나고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는지, 누구를 연인이나 친구로 두는지에 따라 인생은 궤도를 완전히 달리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선택하는 일로 이루어져 있고, 그처럼 크고 작은 선택을 하는 데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가 제일 강력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연인과 친구를 선택할 때, 리더로 믿을 사람을 측정하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거름망은 누구에게나 하나쯤 필요하다.

  
첫째, 말과 행동이 달라 헷갈릴 때는 행동만 보는 것이다. 그럴싸하게 말하기는 쉽다. 말과 행동이 같기란 어렵다.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를 경우, 자꾸 말을 믿으려 하지만 말은 그 사람이 아니고 행동이 그 사람이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며 때린다. 다음 날 사과하며 반성하지만 그다음 날 또다시 폭력이 반복된다. 여기에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맹세가 있고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이 있다. 상대를 믿고 싶다는 욕망이 크면 자꾸만 말에 마음이 기울어 속고 또 속는다.


특히 약자에게 하는 행동이 바로 그 사람의 꾸밈없는 본성이다. 비슷한 논리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의 약속에만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의 과거 행적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성공의 원인을 자기 능력에서만 찾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물컵 갑질 사건의 주인공인 재벌 3세는 논란이 생긴 뒤 예정된 강의를 취소했다. 그는 CEO를 꿈꾸는 이들에게 성공적인 경영 비결을 강의할 예정이었다. 또다른 재벌 3세 기업인은 강의할 때 “내가 그랬듯 당신들도 하고 싶은 걸 당장 하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하고 싶은 걸 알면서도 돈이 없어 못하는 이가 훨씬 많다.

성공한 이들 중엔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마다 출발선이 다르므로 운도 그만큼 중요한 요소란 걸 인정하는 것이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 교수 키스 페인은 저서 『부러진 사다리』에서 무모하고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난하면 여유가 없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기에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실패도 성공도 개인만의 것은 아니란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도취되어 있고 남을 쉽게 폄하하며 불운이 곧 무능이라는 편견을 퍼트려 사회의 부조리를 강화한다.
  
가짜에 속지 않으려는 노력은 최근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시작되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도 ‘신뢰 프로젝트(Trust Project)’를 가동시켰다. 언론사의 윤리 수준이나 신뢰 지표를 확인하여 사용자가 기사의 배경을 체크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가짜를 놔두면 범람하고 구성원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개 우리는 관찰을 적게 하고 판단을 많이 하지만 세상엔 오래 봐야만 알게 되는 진실이 반드시 있다. 또 내가 주변에 두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나를 닮았고 또 나는 그들을 닮아간다. 결정을 하기 전 충분히 물어보자. 진짜가 정말 맞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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