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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theyogini Jul 07. 2020

What does change mean to you?

03. 변화의 앞에서




치앙마이에서의 요가 수련은 아침 6:15분 Mantra chanting으로 시작해 Hatha yoga 그리고 Prayanama로 아침 식사 전까지 세 개의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매일 아침 어두운 안갯속을 걸어 만트라 챈팅으로 가는 길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정글 속에서 '이렇게 힘든 순간에서도 나는 내 스스로를 더 힘든 상황으로 밀어붙였구나.' 싶어 하루에도 수 없는 후회와 반성 속에 괴로워했다.  


Mantra Chanting 가는 길 @ 6:00 AM


생각보다 강도가 높았던 스케줄과 수련을 이어나가며 후회와 억울함에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아사나 동작을 하다가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명상 중에도. 분명히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지만 이런 선택을 내린 스스로를 그리고 여기까지 나를 몰아붙인 많은 사람들을 원망했다. 미움과 원망 그리고 그리움이 동시에 뒤엉킨 뜨거운 애증이 내 마음속에서 팔팔 들끓었다. 모든 것이 낯선 이 곳에서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익숙했던 사람들과 익숙했던 곳'을 끔찍이 그리워했고 끔찍이 미워했다.






Change. 이 갑작스러운 변화. 이 모든 갑작스러운 변화의 연속에서 나는 숨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내가 보낸 시간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나는 갈 곳을 잃었다. 세상에서 가장 미워했던 사람이 그리워졌고 그 그리웠던 사람이 다시 너무 미워졌다. 그렇게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참석한 Praful의 Yoga philosophy 첫 수업에서 그는 마치 이런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냥,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What does change mean to you?"

"당신에게 변화란 무엇인가요?"


가슴에서 뜨거운 울음이 목으로 넘쳐 올랐다. 방금이라도 오열이라도 할 듯 숨이 가빠지고 눈에는 눈물이 금세 가득 찼다. 왜? 하필. 나도 모르겠다고. 알고 싶지 않기에 여기까지 도망쳐왔다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그를 향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깊은숨을 몰아쉬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학생들 앞에서 드라마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Something that scares me. I know that it is inevitable but I still feel so insecure and terrified. I'm terrible at it, that's for sure I know."

"저는 변화가 무서워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변화 앞에선 항상 불안하고 겁쟁이가 되어버리죠. 전 변화 앞에서 정말 엉망이 되어버려요. 그건 분명해요."


그는 특유의 젠틀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나를 바라보며


"You feel vurnalable and you are not alone."

"변화 앞에서 약해지는군요. 분명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담담하게 답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는 수업의 끝까지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나 그의 생각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변화의 속에 나는 세상의 끝에 홀로 서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삶은 변화의 연속이고 이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는 '변화의 속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만으로도 (아직 마음은 그렇게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가 보다고 그런 거였다....... 고 믿고 싶은 믿어야겠다 싶은 작은 희망이 보였다.  

 




이렇게 3주간의 수련은 마치 나의 상태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는 듯 다양한 주제들과 토론들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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