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백일흔두 명의 벗들에게
어쩌다 연남동에 갈 일이 생기면 아침부터 설렌다. 마치 오후 4시에 올 어린왕자를 기다리는 여우가 3시부터 행복했던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가게가 바뀌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리모델링 공사로 어지러운 연남동이지만 그래도 아직 온기는 남아 있다고 믿는다. 벚꽃길의 고요한 우아함 또한 여전하다. 내가 잠시 머물던 동네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남동으로 내 발걸음을 이끄는 힘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밤 산책 어때? 오늘은 어디로 갈까?”
남편이 이렇게 물으면, “됐고!”라는 얘길 들을 게 뻔한 걸 알면서도 나는 늘 이렇게 답하곤 한다.
“연남동 갈까?”
3년을 살았고, 3년째 떠나 있다. 나의 살던 연남동.
우리의 연남동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이들은 내게 묻곤 했다.
“타이베이에 와본 적 있어?”
“홍콩에 와본 적 있어?”
고백하자면 우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대부분의 게스트들의 나라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늘 우리 대답은 같았다.
“아니, 아직... 하지만 머지않아 꼭 가볼 거야. 정말 가보고싶어.”
우리집에 머무는 친구들의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닫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들의 나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이 글은 연남동의 한 작고 멀고 불편한 게스트하우스에 잠시 머물며 반짝이는 기쁨과 여행의 설렘을 선물하고 간 사백일흔두 명의 친구들에게 바치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