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e Aug 20. 2019

어디가 좋을까, 게스트하우스로

연남동은 어때?


책상에 서울의 지도를 펼쳐 곳곳을 살폈다. 게스트하우스로 어디가 좋을까. 가진 돈이라고는 전세보증금이 전부인데, 우리도 살고 게스트하우스도 할 만큼 방이 많은 곳이면서 교통도 좋고 인프라도 좋은 그런 곳이 과연 있기는 할까. 전세로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서촌의 한옥, 동대문의 단독주택, 잠실의 아파트, 강남의 온갖 빌라를 발이 닳도록 가고 또 가보았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한다니까 부동산에서는 전세물건 말고도 1억에 400-500 하는 단독주택 통임대를 추천하거나, 아니면 매매도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집주인 눈치보며 방 3, 4개짜리 전셋집에서 우리도 살고 게스트하우스도 하려니 답이 안 나왔던 차라 다시 처음부터 월세며 매매까지 고려해 찾아보기로 했다.


“연남동은 어때?”

사실 남편은 처음부터 연남동을 권했다. 그때만 해도 연남동은 남편과 만두 먹으러 다니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연남동이라니, 홍대라니! 웬만하면 이미 게스트하우스가 제일 많은 홍대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친정과 너무 멀어지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아무리 서울을 샅샅이 찾아헤매도 적당한 집이 나타나지 않으니 일단 연남동이라는 데가 어떤 덴지 가보기라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연남동은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홍대입구 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동네, 게다가 공항철도가 막 생겨 외국인 게스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통여건이 있을까 싶고, 앞으로 공원도 생긴단다. 연남동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었던 나는 그날로 연남동과 사랑에 빠졌다.


한두 해 전 4월경이었을 즈음, 나는 다른 일로 연남동에 올 일이 있었다. 회사를 마치고 느지막이 밤 8시쯤 되었을까. 음반을 제작해주는 회사였는데, 한참을 걷고걸어 회사 앞에 도착한 나는, 세상에 이렇게 운치있고 고즈넉한 봄밤의 거리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던 벚꽃을 넉놓고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이 연남동이었을 줄이야. 부동산 사장님을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만나게 된 연남동의 속살은 한없이 고요하고 우아했다. 연남동에서 살고싶어졌다. 우리 예산을 약간 초과해 버겁게 맞아 떨어진 집은 지하철역에서 자그마치 20분이나 넘게 떨어진 작은집이었다. 옛날 집이어서 단독주택인데 1,2층 방이 6개나 되는 집이었다.


계약하고 나서야 몇 해 전 가로등 불빛에 아름답게 반짝이던 벚꽃길이 바로 우리집 근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밤에 더욱 아름다운 벚꽃길.

친구들은 ‘연남동’이 어디에 있는 동네냐고 물었다. 홍대입구역 근처라니까 거기에 그런 동도 있냐고. 처음 들어봤다고들 했다. 단독주택이라니, 아파트만 살던 네가 관리를 잘 할 수 있겠는지, 무섭진 않겠는지 걱정해주었다. 생전 처음 살아보는 단독주택. 그것도 40년이 넘은 엄청나게 오래된!

이전 02화 서른아홉의 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