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넷의 서비스디자인이야기 3

서비스의 경험가치

by Annette 안경미

이번에는 지난 글에서 예고한 대로 사람들이 서비스과정에서 갖게 되는 경험가치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흔히 쓰는 용어가 아니어서 그 의미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번 개념을 정리해 두면 서비스디자인과정에서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경험가치가 정의되기 전에 한 영국 회계/경영 컨설팅회사가 기업이 생산해 내는 가치들을 경제적 Economic 가치와 환경적 Ecological 가치로 구분해 'E2 Vlaue'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서비스디자인연구소에서는 경험 Experience 가치를 추가하여 'E3 Value'를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는 가치들은 서비스가 제공될 때 발생하는 주요 요소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포함되며, 이는 결국 서비스 기획이나 디자인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특히 경험가치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잘 드러나지 않는 면이 더 많으므로, 사람들이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과 정서를 느끼는지에 대해 의식적으로 주목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DSC03351.JPG


그럼 경험가치의 개념에 대해서 앞선 글에서 나눴던 나의 짧은 시카고 유학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읽어본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저에게 가장 기본적인 필요는 겨울방학 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안전하면서도 쾌적한 공간이 필요했고, 동시에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이 경험을 '겨울방학기간 머물기'라는 제목의 서비스라고 본다면, 이 서비스에서 중요한 가치는 안전, 쾌적함, 편안함, 자유로움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치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성격이 좀 다르죠. 예를 들어 '안전'이나 '쾌적함'은 공간의 상태나 특징, 즉 기능적인 측면에 해당하고, '편안함'이나 '자유로움'은 정서나 감정을 나타내는 심리적인 부분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험가치는 더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외재적 경험가치라고 이름하는 효율성, 편리성, 우수성 등의 기능적 가치와 행복, 재미, 친근함, 신뢰, 아름다움, 성취감 그리고 다양성 추구나 지적 욕구와 같은 정서나 감정을 나타내는 내재적 경험가치들로 나누어집니다. 또, 경험가치는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특정한 상황에서 불편함, 복잡함, 외로움, 지루함과 같은 부정적인 가치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서비스디자인은 크게 서비스개발과 서비스혁신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존의 서비스를 분석할 때 이처럼 부정적 가치들이 드러나며, 그것을 바탕으로 개선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위해서 긍정적 경험가치가 목표로 선정됩니다.

ES Values.png E3 Vlaues 경제, 환경, 경험가치의 예참조: 서비스 융합디자인, 성균관대학교 서비스디자인연구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기존 서비스의 개선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전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가치는 서비스디자인의 특수성과 맞물려 그 중요도가 더 부각됩니다. 이는 좀 더 깊은 사람들의 내면적 요소에 공감하고자 하는 의도 때문입니다. 서비스디자인 과정에서는 디자이너나 기획자 혼자만이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최종 이용자(수혜자 또는 고객이라고 하는), 디자이너, 해당분야 관계자, 서비스 제공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업하게 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협업에서는 모두가 일정한 방향성과 목표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서비스에 직접 관여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의 호소와 이야기를 통해 현재 서비스에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를 정리함으로써, 다양한 참여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가치들은 정의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래 서비스가 어떤 경험가치를 제공해야 할지 방향을 잃지 않고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에 보다 가까워지도록 도와줍니다. 무엇보다, 표면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위의 도표에서 일부 정리한 것과 같은 사람들의 내적 욕구와 정서적 충족까지 고려하여, 말 그대로 인간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아넷의 서비스디자인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