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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12. 2024

철학 법의 얼굴



공이는 국민학교 시절부터 느렸다. 

지각하지 않을 시간에 맞춰 내보내도 공이는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한 날은 집으로 전화가 왔다. 

공이가 매일 지각을 한다고. 

엄마는 화가 났다. 

제 시간에 갈 수 있게 집에서 보냈는데 매일 지각하는 공이의 지각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몰래 미행을 했다.

공이가 지각하며 보는 것이 무엇인지. 

걸어가며 모든 것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 친구인 것처럼. 

살아있는 것으로 취급하며 대했다. 

이 이야기는 공이의 국민하교 시절 이야기다. 



공이는 철학 법의 얼굴을 한 남자의 이름으로 기억한다. 

그는 어리숙해 보이고 듬성듬성 해보였다.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철학 법을 가르치는데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 자진세가 날아오는 그가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어렵지 않은 철학 법은 그의 얼굴로 있다. 

배시시 웃으며- 

싸이망을 메일 주소로 쓰는 그. 

한 여름이면 난닝구를 입고 학교 복도를 다녀 경비실 아저씨로 자주 오인받곤 했다. 

그는 그것을 정정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다녔다. 

그에게 법이란 그런 것일까?

오인하지 않는 것. 

잘못 되었지만 보이는 그대로 시인하는 것. 

그런 철학 법의 얼굴이라면 좋아요를 대단히 누르고 싶다. 

그것은 어떤 갈망일지도 모른다. 


회의와 논쟁시간에 다들 앞다투어 스시를 받아가는데

그는 이번에도 제일 꼴찌로 와서

남은 것을 달라 했다. 

그것도 족하다고. 

모두 젓가락 챙기기에 바쁜다 

남는 젓가락이 없어 

커피 빨대 두개로 스시를 먹는다. 

어떤 모양과 모습으로 먹던지 먹으면서 맛있으면 그만이다. 

그에게는 그런 메시지가 남겨져 있는 것만 같다. 


한편 안경잽이는 교묘하다. 

아닌 척 하며 점잖을 뺀다. 

가을바람 불던 해에 

갑자기 타자나 치는 조교들에게 먹고 싶은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좋았다. 

쫄래쫄래 따라가 도인커리를 먹었다. 

먹고 난 뒤 삼개월 뒤쯤

언니는 사라졌다. 

내게 짐만 빨리 가지고 나와달라고 말하고.. 

급하게 떠나는 언니의 뒷모습을 나는 가지고 있다. 다


저장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 

가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슬펐다

내 자리를 알았음에도

슬펐다. 

언니가 떠나간 자리엔 모르는 버스가 있었다. 


그것 뿐이다. 




철학 법의 순정성을 믿고 사랑한다. 

그가 나를 배반한다 할지라도 

철학 법의 얼굴이 그러하기에

난 그 얼굴을 기억하고 

이제는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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