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번 버스를 타고 간다
광희동 사거리 위에 새겨진 오토바이 타이어 자국
어쩌다 가속 붙은 오토바이는
미리 보기도 없이
어떤 예감으로 미끄덩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제 나는 내 죽음 보다 너의 죽음을 더 많이 떠올린다
막 생겨난 이 구멍은
나일까 아니면 너일까
그게 그러니까
5월이었다
5월의 밤에
지난 만개한 매화를 가져다가
매화 속에 없던 우리를
마치 그 속에 있었던 마냥
허락 없이 함부로 접붙였다
그게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먼 슬픔이었을까
더는 그만두고 맺어버리라는
방송통신대에 내려 환승을 해야 하고
내가 임시 보호하는 나는
슬프지만 또 슬프지 않게
먼저 하차 벨을 누른다
이제 정말 슬플 것 같다는 예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