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경










나는 나를 죽이고 싶다

내가 죽어가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다

장례식에 찾아온 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환하게 웃는 내 영정사진을 보고 싶다

잘 가라고 손 흔드는 사람의 손을 붙잡고 싶다

앞에 놓인 국화의 향기를 맡고 싶다

사는 기분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

거리를 걷고 싶다

걷다가 계란빵 같은 걸 사 먹고 싶다

잎이 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사랑하던 사람과 걸었던 거리를 다시 걷고 싶다

처음 간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

까무룩 자다가 밥 짓는 소리에 깨고 싶다

옆에서 잠들고 싶다

가랑비 오는 날 산보를 하고 싶다

빗소리를 들으며 버블티를 마시고 싶다

비 오는 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고 싶다

같은 장면에서 우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

사는 기분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

짜장면을 입에 묻히며 먹고 싶다

남산타워에 오르고 싶다

새벽 야경을 보고 싶다

사탕을 녹여 먹으며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사라지는 순간까지 눈 맞춤을 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는 날 웃으며 태어나고 싶다

약을 끊고 싶다

약을 먹을 때마다 시간을 떠올리지 않고 싶다

밥은 잘 먹는지 괜한 걱정을 남기고 싶다

다정한 무릎에서 죽고 싶다

죽어도 좋을 눈에서 지고 싶다



그리고

이제

이 잠에서

깨어나 다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