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쓰기
생각하기 싫은 일은 잠으로 대체해.
쉽게 생각을 끊어내는 방법의 하나야.
손을 풀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노트를 펼쳐서 말도 안 되는 말들을 계속 끼적이다 보면 거기서 돌계단처럼 올라오는 게 있는 날도 있어.
그러면 됐다
이거다! 하고 그걸 붙잡고 가거든.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말자고 다짐하는데도
자리에 앉아서
그걸 매일 나누고 혼자 절망하지.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는 하루들이었어.
(그런 날 365일 중 363일 되겠지만)
괜찮지 않았던 건 아닌데
만나러 나가기 싫은 날 있잖아.
약속한 시간 다 되어오는데
오늘은 또 어떤 핑계로 나가지 말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생각도 싫어지면
잠을 자는 거지.
자연스러운 핑계 생성 획득 +1
"미안, 깜빡 잠들었어"
빛이 좋아서 아침이 좋아졌는데
화요일 아침 빛은 싫더라.
신호를 기다리면서
눈물이 나는데
왜 나는지 모르겠고,
회사도 가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목 앞까지 닥친 일들은 빨리빨리를 외쳐대고
떠밀려 어딘가 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어딘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내릴 곳을 놓칠까 봐
사람들을 헤집고 겨우 내리면
진짜로 내가 내리고 싶었던 곳은 혜화역이 아닌 것만 같아.
쉬고 싶은 주말에도 나와서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
초등학교 때는 마라톤을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저질 체력이라 쉽게 지쳤지만,
오래 뛰고 싶었나 봐.
오래오래 뛰어서
숨이 턱까지 차는 느낌이 좋았나 봐.
죽지는 않겠지만,
죽을 것 같은 숨.
지나가는 마라토너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니까,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라.
그 파이팅
어쩌면 나에게 해주고 싶은 파이팅이었을지도 몰라.
죽을 것 같은 숨이라도 좋으니까
끝까지 완주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