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Mar 11. 2020

[목격자를 찾습니다.]

네 번째 유실물



  

 교통사고였다. 한 남자가 버스 바퀴에 몸이 반쯤 박혀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길 건너에서 남자를 보고 있었는데 달려가서 꺼내 주지 못했다. 한 사람을.


 차가 지나다니고 있었고 덜컥 겁이 났다. 큰 바퀴에 눌리게 될까 봐. 바퀴에 몸이 낀 남자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나에게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날 본 교통사고와 남자에 대해 말했다.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교통사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모두 시선을 피하고 말을 돌렸다. 이야기하는 나를 불편해했다. 특히 바퀴에 몸이 박힌 부분을 묘사하면 할수록 “그만, 그만해”라고 이야기를 세웠다. 상상되니까. 끔찍한 얘기 그만하라는 것이었다.

     

 본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 고통을 나눠 가지자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다급했던 누군가의 손과 그 손을 잡아줄 수 있었음에도 건너가지 못한 손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그날은 바람이 불지 않았고, 고요했으며 다른 날보다 더 어두웠다.


 한쪽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고해를 한담”     


 그는 왜, 새벽 3시에 밖으로 나왔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새벽에 거기 서 있었던 걸까?     


 사람 막에 휩싸이고부터 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차츰 일어난 일인가,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내가 죽으면 이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바퀴가 점점 깊숙이 허리를 조여왔다.

 분리되는 아픔.      


 매일 밤, 비명을 내지르며 잠에서 일어났다.


으아아아악-      


잠을 일으켜 세우는 비명을 아무렇지 않게 미워할 수 없다.

자꾸만,

자꾸만,

선 밖으로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68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