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빈, 텅-
여기 왜 왔어?
-여기가 어디지
그냥 나왔는데 여기야
물이 흐르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
숲이고, 강이야
너 저기서 왔어?
-저기 들어봤지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더라고
이상했어
사람들 색이 다 빠졌더라고
그 사람들은 어디 갔어?
-아마도 저기 갇혀있지 않을까
믿음 없이도 예배당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올리던
알던 사람들 얼굴이 가득해
너무 지옥이지 않아?
-유령이지, 남이 먹다 버린 말이나 주워다 먹는
사랑을 모르는데 사랑을 하는
인간 유령
보인다 !
-보이지, 텅 빈 예배당
열리지 않는 문 안에 사는 사람들 보이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속 열일하며
남을 팔고, 남을 입고, 남을 먹는
너도 저기 있었어?
-그랬겠지
개, 돼지처럼
토한 것을 먹고
몸을 씻고 다시 진창을 뒹굴고 그랬어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죽고 싶네
빨리 가야지, 천국
죽었어?
-응, 죽었지
죽여줬지
있지, 말이야
죽으니까 나왔어
그럼 이제 진짜 유령이야?
-죽은 건 유령
앞으로 말을 잊으려고
맺히지 않으려고
두고 나왔어
텅 빈 예배당에
전부
사니까 좋아?
-몰라, 죽은 건 유령이고
살았던 것도 유령이니까
죽게 되면 알려줄게
좋았는지 나빴는지
있지, 다른 얘긴데
여기 무척 좋네
이게 사는 건가
좋다, 이 소리
저기, 나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너는 언제 와?
오래 기다렸어,
기다리다가 봤지
벌건 무덤
사람들이 거기다 막 소리치고 던졌어
아무 말이나
그게 말무덤이래
아파 보여
바람이 차다
밖은 원래 추운 거지
잘 돌아와야 해
오늘 밤엔 꼭 내 말을 덮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