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Feb 21. 2022

텅-

몸, 빈, 텅-





여기 왜 왔어?



-여기가 어디지

그냥 나왔는데 여기야

물이 흐르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

숲이고, 강이야



너 저기서 왔어?



-저기 들어봤지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더라고

이상했어

사람들 색이 다 빠졌더라고




그 사람들은 어디 갔어?



-아마도 저기 갇혀있지 않을까

믿음 없이도 예배당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올리던

알던 사람들 얼굴이 가득해



너무 지옥이지 않아?



-유령이지, 남이 먹다 버린 말이나 주워다 먹는

사랑을 모르는데 사랑을 하는

인간 유령



보인다 !



-보이지, 텅 빈 예배당

열리지 않는 문 안에 사는 사람들 보이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속 열일하며

남을 팔고, 남을 입고, 남을 먹는



너도 저기 있었어?



-그랬겠지

개, 돼지처럼

토한 것을 먹고

몸을 씻고 다시 진창을 뒹굴고 그랬어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죽고 싶네

빨리 가야지, 천국



죽었어?



-응, 죽었지

죽여줬지

있지, 말이야

죽으니까 나왔어



그럼 이제 진짜 유령이야?



-죽은 건 유령

앞으로 말을 잊으려고

맺히지 않으려고

두고 나왔어

텅 빈 예배당에

전부



사니까 좋아?



-몰라, 죽은 건 유령이고

살았던 것도 유령이니까

죽게 되면 알려줄게

좋았는지 나빴는지

있지, 다른 얘긴데

여기 무척 좋네

이게 사는 건가

좋다, 이 소리

저기, 나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너는 언제 와?


오래 기다렸어,

기다리다가 봤지

벌건 무덤

사람들이 거기다 막 소리치고 던졌어

아무 말이나

그게 말무덤이래

아파 보여

바람이 차다

밖은 원래 추운 거지


잘 돌아와야 해

오늘 밤엔 꼭 내 말을 덮고자





 


매거진의 이전글 청년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