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0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올해 첫눈 때문에 교통 정체는 물론 적잖은 사고를 보았다. 나와 부모님도 30분 남짓의 거리를 1~3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쉽지 않은 첫눈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겨울이 올해도 무탈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연말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일에 만족하지 못해서 그런 걸까. 나조차도 날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24년, 첫눈과 제설
플리마켓 입점 제안을 수락하고, 오빠와 나는 직접 집기 제작에 들어갔다.
작업을 시작한 바로 다음날은 발이 푹 빠질 만큼 눈이 내렸다. 작업실에서 맞이한 첫눈이자, 그해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이기도 했다. 발자국 하나 없는 이곳이 인적 드문 시골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꾹꾹 눌러 걷는 게 왜 그리 기분 좋은지. 한동안 오빠와 눈 덮인 풍경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곳은 주차장으로 쓰는 언덕길이라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차들이 오가는 길목이라 제설을 해야 했다. 철물점으로 가서 도구를 사 왔다. 공기는 차갑지 않았지만 눈을 치우다 보니 손이 얼어갔다. 한 시간가량 넓은 면적을 둘이서 열심히 쓸어내렸다.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다 2
(이전 에피소드 ‘어떤 것도 될, 마음’ )
제품을 진열할 집기는 크기도 제각각이었고, 개수는 11개 정도였다. 주로 악세서리를 올릴 테이블이나 선반을 만들기로 했다. 살면서 이렇게 크고 많은 걸 한꺼번에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이 정도 작업을 하려면 얼마나 배워야 하냐고 묻는다면, 일 년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부딪치고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빠는 뭔갈 만들기까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고, 여전히 길다.
정리가 덜 된 작업실에서 변변한 작업대 없이 가구를 만들다 보니, 바닥에 쭈그리고 앉거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했다. 그게 아주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작업대는 꼭 신경 써서 만들자고 마음먹었던 순간이다. 정신없이 만들다 보니 얼추 집기의 형태도 갖춰졌다.
낮밤 할 것 없이 작업한 결과 납품될 집기가 모두 완성되었다. 승용차 1대 트럭 2대에 집기를 가득 채워 출발. 기분은 후련함 그 자체였다. 기존에 일하던 곳을 정리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 설레기도 했다. 며칠간의 수고스러움은 또 다른 시작을 불러왔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만하면 자급자족이 아닐까. 미래의 걱정은 뒤로하고, 우리는 판매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기로 한다.
다시 돌아온 작업실, 겨울맞이
눈이 많이 내리고 녹을 무렵, 작업실 주변 나무들이 무겁게 쌓인 눈에 의해 많이 부러져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가지 중 제법 큰 가지를 집어 들고 작업실로 올라갔다. 리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냥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난 트리보다는 리스를 선호했다. 자리 차지도 안 하고 시즌 끝나면 정리해 넣어야 하는 트리가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리스를 살 생각은 없었다. '사야 할 게 많은데 지금 내가 리스를 살 때가 아니지.' 란 생각에.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큰 나뭇가지를 본 것이다. 쓸만하겠다 생각이 들어 몸보다 큰 가지를 들고 올라왔다. 어떠한 장식도 없는 그냥 나무일뿐인데 그게 참 좋았다. 다시 쓸모 있어진 게 좋았다. 내게는 의도치 않은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다.
남기는 글
올해도 역시 예상대로 강추위가 다가왔습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난로를 하나 더 들인 것 같네요. 한 해가 간만큼 저희 작업실에도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졌답니다. 작업이 더뎌질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할 때가 많은데요.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 느낌이 들 때 사진을 들여다보면 성장한 것이 느껴져 위안을 받습니다.
소소한 것에서 느껴야 할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합니다만, 나아질 날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랄까요. 작년은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었는데요, 올해는 주전자를 들여 따뜻한 차도 함께하려고 합니다. 올겨울은 더 따뜻하시기를 바랍니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1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