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이 꾸며진 것'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1

by Annie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최근 17년간 키운 강아지가 입원했다. 닭뼈를 잘 치우지 못한 불찰이었다. 노견이라 수술은 위험성이 컸는데 다행히도 뼈가 일부 장으로 넘어가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병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한숨을 돌리고 그 작은 아이가 케이지 안에서 버틸 고통을 생각하니 온종일 마음이 타들어갔다. 잘 회복을 마치고 돌아오면 남은 날들은 더 행복하게 해 주리라 다짐한다.


요 며칠 무기력감을 상당히 느끼고 있었는데, 가족이 아프다 보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동안 하염없이 흘러 보낸 순간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음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다.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었구나, 열정을 다하지 못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강아지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했었나. 연 초를 앞두고 다시금 마음 다하지 못한 것에 애쓰기로 했다.



공간의 첫인상, 현관


어떤 공간을 가더라도 처음 마주하는 곳은 현관이다. 작업실의 첫인상을 결정할 이 공간을 위해 스케치와 모델링을 하며 여러 이미지를 참고했다. 호텔이나 지하철 같은 상업공간 어디를 가도 판재 시공이 되어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간은 전혀 다른 느낌을 낸다.


호텔에서 본 판재 시공



현관 제작 과정


1. 스케치 및 모델링
2. 치수 설정
3. 각재로 뼈대 세우기
4. 1차 합판 붙이기
5. 2차 합판 붙이기 (화이트오크 합판으로 마감)


현관 제작 과정은 위와 같다. 아래 사진으로 만나보자.


현관 스케치
현관 3D 모델링
현관 2D 도면
뼈대 설치


뼈대는 가벽을 세우듯 투바이와 다루끼를 사용하여 잡아나갔다. 작업실 건물의 전체적인 수평, 수직이 완벽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이저 레벨기를 사용하여 기준선을 잡아 오차를 줄이며 뼈대를 세워갔다.


1차 합판 작업은 2차로 붙일 합판(마감재)의 안정성을 위한 밑바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벽면이 꿀렁거리거나 들뜨지 않도록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2차로 붙일 화이트 오크 합판은 원장 규격이 1200*2400mm 내외인 점을 고려해, 이음새에서 무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잘라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1차 합판 부착
1차 합판 부착
1차 합판 부착
1차 합판 부착


작업된 벽면을 바라보고 있는 오빠의 뒷모습을 보며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생각들을 구현하는 것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삶을 살길 바란다.


마감재는 화이트 오크 무늬목 합판을 사용했다.


뼈대 위 붙은 1차 합판은 저렴한 인도네시아산 합판을 이용했다. 그 위에 마감재인 화이트 오크 무늬목 합판을 재단하여 붙이는 과정을 마치면, 합판 시공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


2차 합판 부착
2차 합판 부착
2차 합판 부착



현관 시공 전/후

현관 시공 (전)
현관 시공 (후)


공간이 트여 보이는 느낌이 물씬 든다. 옛 사진과 비교해 보니 더 그렇다. 벽은 화이트 오크 무늬목 합판으로 마감. 천장은 화이트 페인트를 뿌려 작업실까지 같은 재료로 이어지게 했고, 바닥 역시 쇼룸과 이어지도록 오이코스 마모리노 페인트로 미장했다.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

재봉한 테이블 매트를 스위치 덮개로 이용하고 있다.


화이트 오크의 단단하고 곧은 나뭇결, 손으로 마감해 질감이 느껴지는 미장 바닥, 벽에 걸어 놓은 린넨 천. 특별한 장식 없이 재료들이 서로 맞닿는 것만으로도 공간에는 충분한 깊이감이 생긴다. 화려한 색보다 힘 있는 것은 결국 재료 자체가 가진 본연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체감한다. 꾸밈없이 꾸며진 것이야말로 질림 없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2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