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3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 vs 생존하기 위해 마시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가깝냐 내게 묻는다면 명확히 후자라 답할 것이다. 카페인의 힘을 빌려 잠을 깨우고, 작업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직은 즐기려는 마음의 여유부터가 부족하다.
커피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소위 '맛 좋다는 커피'를 경험해 본 적은 있다. 그 맛을 알게 된 뒤론 한동안 시판 커피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 이것저것 먹을 만하다. 평균보다 조금 더 맛있어도 기분이 좋다. 기대를 비운 자리에 기대치 이상이 닿을 때의 짜릿함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카페인이 잘 맞는 편은 아니다. 때론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그럼에도 끊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완벽하지가 못한 존재인 것을. 다만 오늘은 부족함을 인정하며 커피대신 차를 선택해 본다. 즐기지 못할 바에 나를 아끼는 쪽을 취하고픈 마음이다.
화이트 오크 내장 선반
가벽을 만들 때 내장 선반을 넣을 공간을 남겨 두었다. 내장선반이 들어갈 곳은 세로길이만 1 미터가 넘는 규모로 크기가 꽤 크다. 현관을 지나 작업실로 가는 길목에 시선이 머무는 선반이 되길 바랐다.
재료는 화이트 오크 18T 합판을 사용하기로 했다. 두께감이 있어서 작업실로 나무가 배달 오던 날 가장 옮기기 힘들었다.
합판은 원목과 달리 단면을 자르면 합판 특유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단면을 가리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화이트 오크 띠를 따로 구매해 붙이는 공정을 거쳤다.
무늬의 결이 고운 화이트 오크 내장 선반이다. 받침 피스를 추가로 박으면 여러 높이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이곳에 높은 화병이나 스피커, 책 등을 올려 볼 생각이다.
대형 작업 테이블
그동안은 작업 테이블이 없어 사다리나 바닥에서 작업을 해왔다. 작업대가 없으니 피로가 금세 쌓여 제작이 시급했다. 목공을 배울 당시 사용하던 테이블이 떠올랐다. 하단에 나무를 보관했는데, 자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그 방식을 우리 작업대에 응용하기로 했다. 목재의 무게를 견디려면 무엇보다 뼈대가 단단해야 했다. 상의 끝에 뼈대는 철제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도면을 그려, 금속 업체에 맡겼다.
비워둔 자리는 작업실에서 가장 크고 예쁜 창이 보이는 곳이다. 건너편의 푸른 나무, 작은 계곡을 마주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치를 잡기로 했다.
이곳에서 차후 수업을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좋은 노래를 틀어두고, 작업자들이 각자의 속도로 취미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테이블 다리는 아무 색도 칠하지 않은 재료 그대로이다. 땜을 하고 갈아낸 부분마저 그대로 드러나있다. 시간이 지나며 철은 점차 녹이 슬겠지만, 이보다 자연스러운 회색은 없을 것 같아 마감 없이 받기로 했다.
우리는 제작해 온 철제 뼈대 위에 자작나무 판을 잘라 올렸고, 크기는 2000 ×1000mm 판 두 장을 이어 붙였다. 크기가 큰 만큼 오빠와 함께 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작업실 바닥은 어둡고도 붉은 갈색이라 밝은 자작나무와 철제가 놓이면, 보다 조화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판이 자리에 올라가자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여러 방향으로 틀어가며 사용할 수 있어 더 유용할 우리의 작업 테이블. 2미터의 정사각형 테이블이 완성되었다.
지리코테 크래커 보드 제작
도마재를 보러 우드마켓에 가게 되었다. 최상급 목재부터, 결함이 있어 저렴하게 내놓은 비급 목재까지 한데 모여있었다. 쓸만한 것이 많아 눈이 돌아갈 만큼 구경할 거리가 넘쳤다. 동행하신 오빠의 지인께서는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크고 멋진 무늬의 나무를 골라 담으셨다. 우리는 커트러리나 크래커 보드/도마 등을 만들기에 적합한 나무를 찾으며 넓디넓은 마켓을 한참 돌아다녔다.
마켓에서는 크래커 보드/도마 제작에 사용할 지리코테와 월넛을 구매했다. 수종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조금 더 공부해 온다면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리코테를 구매하려 나무를 고르는 중에 실장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덕분에 나무를 잘 고르는 법을 배웠고 나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물건은 우리의 첫 테이블웨어 제작이자,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는 첫 선물이 되었다. 우리에게 이 물건은 단순히 나무를 잘라 다듬는 노력과는 별개의 의미였다. 이 날이 오기까지 목공을 배우고,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우리 힘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할 정도의 물건을 만든 것이 기뻤다. 받은 이의 진심이 전해지니 그 기쁨은 두 배가 되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물이라는 말이 붙기까지.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4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