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가는 태도에 대하여’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4

by Annie


예비부부이자 2인 제작자. 60평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 중. 테이블웨어와 가구 제작을 시작으로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다.


새해를 맞아 체중감량을 결심한 배경에는 숫자에 대한 강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를 방치해 왔다는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된 마음이 아닐까. 한 해 동안 잘 먹고 잘 지냈을지라도, 진정으로 내 몸을 돌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쌓인 숫자는 흘러간 시간의 결과일 뿐. 지금 필요한 것은 수면과 식사와 같은 기본적인 선택에 다시 집중하는 일이다. 새해의 다짐 중 하나로 체중감량이라며 늘 뭉뚱그려 이야기했지만, 사실 일상을 재정비하고 싶은 갈망이었음을 깨닫는다.




목재 보관 선반


작업실의 전체적인 시공은 막이 내렸다. 이제는 공간의 내부를 채울 인테리어가 필요했다. 목공 작업실 특성상 동선과 효율, 수납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작업실의 시각적 조화를 지키기 위해 효율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기로 했다. 다만 수납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자재를 보관하고 도구를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쓰는 것은 작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간과 어우러지는 수납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자작나무 선반. 옅은 노란빛이 갈색의 바닥과 대비되어 예뻤다.



도구 수납장

수납장을 놓을 공간
도면을 그려 목재를 자를 준비를 마쳤다.
자른 목재를 본딩해 나사로 연결하는 작업
클램프로 수납장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다.
기계를 놓아 사용할 수 있게 수평을 정확히 맞추어 완성했다.



방충망 설치


여름이면 천장에 벌들이 자리 잡고, 작업실 곳곳에는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말벌들이 죽어있던 노후한 공간이었던 곳. 이제는 낡은 방충망을 모두 걷어내고 새로운 방충망을 달 계획을 세웠다.


작업실에서 베란다로 향하는 문은 작업실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이자 큰 환기 통로이기도 했다. 방충망을 달고 문을 활짝 열어, 여름에는 선선한 바람을 들이고 환기할 생각이었다.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 며칠의 시간이 꼬박 기다려졌다. 오빠와 공간을 고치고, 채우는 과정 속에서 내 삶의 활력은 다시 생겨나는 중이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와 낮은 계곡물소리가 들려오는 곳.



환기구 설치


나무를 재단하다 보면 집진기를 사용하더라도 잔먼지와 가루날림이 심하게 발생한다. 베란다 문을 통한 환기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위해 환기구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지속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환경의 변화만으로 컨디션이 크게 좌우된다. 결국 모든 작업의 주체는 우리 여야 하기에, 작업 환경이 몸을 해치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이다.


환풍기를 설치할 창문
환풍기를 달아 창문에 고정할 틀을 만들었다.
창문형 환풍기를 구매하여 설치했다.
안전 커버를 씌워 마무리 할 예정이다.


무언가를 채운다는 것은 어떤 것을 남기고 들일지, 매 순간 선택하는 일이다. 작업실을 고쳐온 시간은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기도 했다. 지금의 작업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한 방식이었구나를 알게 한다. 창업의 순기능은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모른 채로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Ep.15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