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그림자 속 예술의 향연 - 13. 애증
우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지수는 함께하고 싶었다. 연극영화학을 전공으로 삼아서 다시 한번 학구열을 불태울까 생각도 하였다. 입학 요건을 알아보고 시간을 조정해 보고 계산해 보았다. 지수는 우주를 잘 알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수의 생각이 미치는 시간보다 더 먼 옛날부터 우주는 영화를 걸어왔다. 꿈꿔왔다. 그는 궁극적인 지점이었을 정도였다. 지수는 그저 맹목적으로 함께하기를 바라고 결정하고 움직였다. 마치 머나먼 이과수 폭포를 가고 싶듯이, 그 모든 여정을 함께 하고 싶듯이.
비단 그뿐만 닮았을까. 햇살이 따사로운 날에는 태양에게 샘이라도 난 듯이 세상 모든 따스함을 가져다 줄듯 사랑을 속삭였다. 그 속삭임은 언제 떠올려도 당장 옆에서 들려오듯이 생생했을 것이다. 어째서일까 기억도 안 날만한 날씨에는, 대부분의 모든 날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이보다 날카롭고 지긋지긋하게 똑같을 수도 없게 끔찍하게 상처를 주었다. 분명 너무 사랑해서 그랬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수는 고통을 사랑했을 것이다. 묘한 반복적인 안정감에 푹 잠기기를 선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끔찍함도 지속적이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는 무뎌진 것인지 안정감을 찾은 것인지 어떠한 형태의 여정일지언정 함께 하려 한 결정은 무를 생각이 없었다. 우주는 쉬이 놓고 갈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이과수 폭포는 본인이 가고 싶었던 곳이 아닌가, 함께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어떠한 형태로던 사랑받음이 중요해서 놓지 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