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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il May 07. 2020

건강한 쳇바퀴 굴리기

생각 3_끌고갈 텐가, 끌려갈 텐가.

자율학습과 학원부터 프리랜서와 직장인, 그리고 자유 여행과 패키지여행.

어려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일과 일상, 그리고 여가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항상 해왔던 고민이다.


주로 나는 끌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공부도, 일도 스스로 계획을 짜서 하는 것이 좋고, 능률도 더 높다.

내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업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싶기 때문에 패키지보다는 자유 여행을 떠난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새삼 자기 색깔이 매우 강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끌고 가는 이 상황이 끌려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이 배의 선장은 나인데, 어느 순간 방향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걱정이 된다. '차라리 누가 나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줬으면.' 여기까지 생각이 닿는다. 더 많은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고 피곤하기만 하다. 그러면 나는 방향키를 놓고 바다에 머문다. 다른 선장이 없으니, 한 번 나태해지면 쉽게 나태해지는 것이다.

 마치, 버스에 올라타는 패키지 여행객들을 보며 승자의 웃음을 짓다가도, 지하철과 버스로 갈아타는 것이 싫증 나기도 하는 그런 감정들의 반복이다. 나는 둘 중에 하나가 확실한 사람이 아니라 애매하게 그 어디의 경계선에 서 있어서, 자꾸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생각해보면, 패키지여행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전부 패키지는 싫지만, '가우디 투어'는 좋았다. 매번 자유여행만을 하던 내게 잠깐의 패키지 체험은 오히려 여행의 슬럼프를 없앴다. 잠깐의 패키지여행은 즐거웠고 효율적이었으며, 덕분에 자유 여행에 지치지도 않았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끌고 나가되, 끌려가기도 하는.

사실, 끌려가기를 원한 것도 나이니까, 끌려가는 것도 궁극적으로 나를 끌고 나가는 총체적 과정의 일부라고 합리화해본다.

 

 결국 동력의 근원이 본인이든, 외부이든, 내 삶은 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게 된다.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삶은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다르게 보면 시작점에는 쳇바퀴에 올라서고자 한 다람쥐의 의지가 있었을 수도 있다.

 때때로, 다람쥐가 쳇바퀴에 올라서서 스스로를 삶의 굴레에 옭아매기도 하며,

 때때로, 외부에 의해 굴러가기도 한다.

 이때,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삶에 '조건' 붙인다면,
맹목적인 주도는 사라지고 자발적인 따름이 생길  있지 않을까.


 첫 번째로, 동력의 주체가 본인이든, 사회이든 간에 다람쥐가 강제로 올라서서는 안 된다는 것.

 두 번째로, 지친 다람쥐는 언제든 내려와도 괜찮다는 것.

 세 번째로, 왜 쳇바퀴에 올라갔는지 그 목적을 까먹었다면, 잠깐 내려와서 쉬었다가는 것.

 그렇다면, 외부에 의한 동력도, 본인에 의한 동력도 모두 건강한 동력인 셈이다.


 근데 저렇게 쉴 수 있는 조건을 많이 달면, 너무 쉬려나.

 근데 또 너무 쉬다 보면, 다시 움직이고 싶어질 테니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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