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4_좋기만 할 수는 없는 걸까?
마냥 좋기만 한 관계가 있을까?
가족부터 친구까지, 과연 좋기만 한 관계가 있을까?
가족이라고 해도 투닥투닥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혈연이 아닌 다른 관계가 마냥 좋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많은 힘과 즐거움을 얻는 나로서는, 관계가 항상 좋기만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좋은 만큼, 상처와 슬픔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플러스이기만 한 관계는 없을까?
1년에 1번 보는 친구와는 오히려 싸우지 않는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매일 보는 가족과는 작고 큰 다툼들이 자주 벌어진다.
단순하게만 보면, 전자가 플러스이기만 한 관계다. 그런데 둘 중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할 것 같다.
그 이유가 뭘까, 플러스 마이너스 부호를 떠나, 가장 많고 다양한 감정들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해 뜰 날을 위해 비 오는 날도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덧붙여, 매일 해만 뜨면 분명 지루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 오는 날은 해 뜨는 날을 위한 드라마의 극적 효과 같은 것이라는 건데... 정말 화창한 날만 있다면 지루할까?
볕이 환하게 드는 날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더더욱이 관계에서 다툼이 없다는 것은,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버틴다.
사람은 플러스, 제로, 마이너스의 사이클 속에 살아간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사이클 간 접점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플러스 상태인만큼 마이너스인 상태도 자주 볼 수밖에 없다.
혹은,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마이너스의 상황을 더 크게 체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관계도 가까워지면, 필연적으로 부딪힘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부딪힘의 상황에서 크게 충돌할 것인지, 웃을 것인지, 혹은 다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가 결국에는 관계의 핵심인 셈이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내 관계가 충돌 없이, 마냥 좋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각각의 관계에는 충돌이 있지만, 총량적인 관점에서 모든 충돌이 상쇄되는 것 같다.
하나의 관계에서의 모난 감정이 다른 관계를 거쳐 뭉툭한 감정으로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마이너스의 감정을 친구들이 플러스의 감정으로 상쇄해주기도 하며,
또 반대로 친구들로부터 받은 마이너스의 감정을 가족이 플러스의 감정으로 상쇄해주기도 한다.
상처를 준 사람과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나는 상처를 치유받고 웃고 있었다.
궁극적으로 관계도 돌고 도는 하나의 생태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자연처럼, 나의 관계도 결국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차되며, 플러스의 상태를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결국,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라는 생각으로 비 오는 날도 버티기보다는 열심히 비를 맞아야겠다.
열심히 싸우고, 열심히 위로받고, 열심히 화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