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그대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때 능률이 오르는 편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오'라고 답변한다.
여태까지 살아온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과 달리 나는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자극이 되는 건, 주로 '남'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도 있지만, 나의 성장을 이끄는 동인은 내 안에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스스로 짜고, 열심히 실천했을 때 성장했다. 그래서 경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만큼, 혹은 그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경쟁을 싫어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해야 되고,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엄청난 경쟁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면, 단순히 경쟁이 싫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경쟁에 의해 다른 가치들이 묵살당하기 때문이다. 경쟁에 눈이 멀어 옆사람을 까먹거나, 잘못된 혹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경쟁할 때에도, 경쟁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선의의 경쟁, 경쟁이 1순위가 아닌 경쟁이라면, 나도 언제든 환영이다. 바람직하고 건강한 경쟁은 좋은 성장 동인이 되니까. 하지만 변질된 경쟁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경쟁의 속성 탓에 협력보다 변질되기 쉬운 것이 경쟁인지라, 일반적으로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경쟁이 아니라면, 협력을 좋아하는 걸까?
웃기게도, 경쟁을 선호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협력을 아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협력에는 이를 위해 수반되는 여러 가지 비용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그 비용을 들였을 때, 그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다. 나 혼자만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은 협력에 대해 주로 회의감을 느낀다. 그래도 그나마 변질된 협력이, 변질된 경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폐해라는 말은 협력보다 경쟁과 함께 더 잘 쓰이듯, 극단으로 치우쳤을 때, 경쟁의 결과가 협력의 결과보다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게으름과 무자비함 중 무자비함을 나는 더 탓하고 싶다.
그래서 결론은?
경쟁 혹은 협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간의 예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경쟁과 협력 둘에 대한 나의 선호도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서 경쟁, 협력은 정의 그대로를 좇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쟁과 협력 중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내 기운을 덜 빼앗고, 가치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변질된 협력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냥 정해진 선, 정의 그대로 따라 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사실은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