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_ 당신에게 선물을 줘도 될까요?
5월에는 참 행사가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
어제도 엄마를 도와,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작은 선물을 포장했다. 선물을 고르는 것부터 포장하는 것까지 내겐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렀고, 구부려 앉아 포장하는 내내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별 거 아닌 작은 선물이지만, 내가 이런 선물을 받는다면 정말 기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물을 주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왜 어려워질까 고민을 해보았는데, 결국 이유는 내 안에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타인에게 선물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은 선물과 선물에 담긴 내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그런 것이었다.
내가 준 선물이 상대방에게 쓸모없는 것일까 봐, 그래서 내 마음이 다칠까 봐 선물을 주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나의 가치 기준과 타인의 가치 기준은 다를 수 있으니까. 실제로도 가끔 주지 않는 게 나은 선물도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느낄 때도 있기 때문에,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무난한 선물을 찾게 된다.
실제로도 선물을 주는 방법 자체는 더 편리해졌다. 카카오톡 기프티콘, 네이버 50대 여성을 위한 선물 추천처럼.
그런데 이때의 선물을 진짜 선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가족,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기프티콘이 선물의 자리를 꿰차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편리하다.
선물과 편리함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선물을 고르는 길은 잘 닦인 고속도로보다는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오히려 번거로우면 번거로웠지, 공식에 적용해서 답을 도출할 수 있는 수학 문제는 아니니까.
선물은 선물을 고르는 것부터 전달하는 것까지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먼저 선물을 고르는 사람에서부터 맥락은 출발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고민한 흔적과 시간, 예쁜 포장 그리고 전달하기 전까지의 설렘.
이제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로 맥락이 이어진다. 무슨 선물을 받을까에 대한 기대감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에 대한 놀라움, 고마움과 행복함.
그러면 선물에 모든 맥락이 담겨, 선물을 주는 행위가 완성된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에서 번거로움을 느끼지 않을 때, 그때 선물은 진정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항상 일률적으로 선물의 기준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현실적인 선물의 의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은 '마음'의 문제다.
비싼 선물부터 작은 선물까지, 돈봉투부터 손편지까지 모든 형태의 선물은 각각의 의미가 있다. 단, 상대를 생각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담겼을 때에만.
우리 둘째 큰아빠는, 아직도 우리 아빠의 생일을 챙긴다. 검은색 봉지에 담긴 싸구려 슈퍼마켓 과자들이지만, 나는 그걸 보면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물이 난다. 우리 둘째 큰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는, 아직도 내게 용돈을 주신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선물을 고를 수는 없으니까. 나도 사촌동생에게 적은 액수의 용돈을 준 적이 있다. 무언가를 주고 싶기는 한데, 내 동생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서. 어떤 물건도 내 마음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돈봉투도 분명 선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정리한 선물을 주는 기준은 '충분한 나의 진심'이 투영되었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일 때, 나는 한치도 고민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선물은 줘야지만 홀가분해지는 나의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래도 분명 타인을 향한 마음이 담겼으니, 비교적 선하고 이로운 이기심이라고 여기며 생각의 고리를 끊어본다.
이 생각의 끝은 결국 상대가 확실한 선물은 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쇼핑할 때, 사지 않으면 잠들기 전 눈에 아른아른거릴 것 같은 옷이 있으면 꼭 사야 하는 것처럼.
나의 작은 순간 속에서 당신이 떠올랐다면,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면, 당신에게 주고 싶다면, 그 선물은 꼭 전달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선물을 고르는 시간이 즐겁고, 선물을 주는 행위가 마냥 즐겁기만 한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과 선물도 결코 함부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 마음 변치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