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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Sep 24. 2024

왕국에서 늘 행복하진 않지만

<Bridge to Terabithia>를 읽고


<Bridge to Terabithia> by KATHERINE PATERSON, HarperCollinsPublishers , 1977)









Bridge to Terabithia (1978 Newbery Winner) 저자캐서린 패터슨, Diamond, Donna출판 HarperTrophy발매 1987.06.17.







 


'제시'는 눈만 뜨면 달리기를 연습한다. 네 명이나 되는 여자 형제들 틈에서 치대면서도 이른 아침 소젖을 짜고 등교 준비도 해야 하지만 상관없다. 시간을 단축하는 데 진심인 제시는 학교에서 가장 빠른 선수가 되어 친구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이전에 일등이던 선배가 있었지만 사정이 바뀌었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라며 고만고만한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희망이 보인다. 


 


학교에 가서 새로운 달리기 제왕을 겨루는 시합이 열렸다. 남학생들의 전유물처럼 된 전통이지만 갑자기 새로 전학 온 여자아이, '레슬리'가 끼어든다. 너무나 손쉽게 모든 남학생을 제치고 일등을 하더니 보란 듯이 활짝 웃어 보인다. 달리기의 제왕이 아니라 달리기의 여왕이 탄생한 셈이다. 제시는 허무한 기분에 의욕을 잃고 레슬리를 피한다. 


 


하지만 순수하고 당당한 레슬리와 종종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다가 둘은 누구보다도 친한 사이가 되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하교 후에도 시골집 주변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레슬리는 제시에게 도랑 너머 숲 속에 그들만의 왕국을 찾아가자고 제안하고 신비한 모험으로 가득한 그곳으로 모험을 떠난다. ‘테라비시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둘은 그곳의 왕과 여왕이 되어 멋진 추억을 만들며 우정을 쌓아가지만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찾아온다. 절친을 잃은 제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그만 해서는 안 되는 행동까지 하는데......


 


* 등장인물( 장편이 아닌데도 다양한 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정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Jessie(Jess) Oliver Aaron, Jr. 주인공 소년 제시 올리버 애론, 유일한 남자아이


Leslie Burke 주인공 소녀 레슬리 버크


May Bell 메이 벨 7살, 제시의 여동생, 제시를 숭배하듯 따라다닌다


Joyce Ann 조이스 앤, 더 어린 여동생


Ellie 손위 누나


Brenda 손위 누나


Miss Bessie 제시 집안의 젖소


Momma


Dad


Miss Edmunds(Julia) 제시가 좋아하는 선생님


Judy Burke 레슬리 엄마


Bill Burke 레슬리 아빠


 


 


작가 캐서린 패터슨(1932년~91세) 미국의 아동문학 작가로 중국 화이안 시에서 출생했다. 뉴베리 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의 번역서인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1978년 뉴베리 수상작이며 2007년 동일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가족 영화로 선을 보이기도 했다. 


 


원서는 보통 ‘누구에게 혹은 누구를 위해 바친다’ 정도로 나오는데, 이 책의 초반에 나온 헌사는 조금 특별하다. 


 


나는 이 책을 아들 데이비드 로드 패터슨을 위해 썼지만 아이는 이 책을 읽은 후 리사의 이름도 함께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다시 수정한다. 


데이비드 패터슨과 리사 힐에게, 반자이(만세)!’ /헌사에서


 


필자는 이 수정 문구가 지닌 무게를 정확히 느끼지 못했다. 그저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아이의 소망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으니까. 하지만 이야기의 끝을 대하고 이내 나온 ‘작가의 말’에서 그 이유를 알고 또다시 가슴 먹먹한 심정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 스스로 밝힌 말로, 아들 데이비드의 절친 ‘리사’라는 아이는 약 40년 전에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죽었고 작가 또한 그 당시 암 투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작업한 이 소설을 리사의 부모는 따뜻한 마음으로 안으며 출간을 허락해 준 듯하다. 그저 실화를 바탕으로 혹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인식하며 끝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슬픔이 있었고 안타까움이 행복과 희망으로 뒤섞여 한동안 멍하니 책을 바라보게 되었다. 실제로 작가는 나중에 중국의 어떤 어린 독자로부터 왜 이런 일이 주인공에게 일어났느냐고, 결말이 꼭 그래야만 했냐고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비극 소설로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찬란한 숲의 빛을 받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두 아이를 통해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인생을 생각하며 분노와 용서, 승화의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희망을 꿈꾸는 체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 절대로 친할 수 없을 것 같던 두 아이의 관계는 차이를 극복하고 독자의 편견을 보란 듯이 깨뜨리며 진정한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한테 필요한 게 뭔지 알아?” 


레슬리는 제시에게 외쳤다. 제시는 하늘에 흠뻑 취한 듯한 기분에 도대체 뭐가 필요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장소가 필요해. 우리만의 장소. 온 세상에 전혀 알지 못하는 비밀 장소 말이야.” 


제시는 줄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발을 당겨 멈추었다. 레슬리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완전히 비밀의 나라가 되는 거지. 그리고 너랑 내가 그곳의 지배자가 될 거야.”


(p. 49~50)


  "Do you know what we need?' Leslie called to him. Intoxicated as he was with the heavens, he couldn't imagine needing anything on earth. 


  "We need a place, " she said, " just for us. It would be so secret that we would never tell anyone in the whole world about it." Jess came swinging back and dragged his feet to stop. She lowered her voice almost to a whisper. "It might be whole secret country, " she continued, 'and you and I would be the rulers of it."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 나만의 비밀 장소에서 친구와 지낼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별다른 인과 관계도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사고는 아무리 인생의 한 단면이라지만 때로는 잔인하다. 제시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돌아와 여동생 메이 벨의 눈치 없는 질문에 그만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p. 146) 폭력을 행사한 제시의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상처 입은 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왕국을 세우고 왕국을 사랑했지만 아픔도 선사했기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을 그곳.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을 제시가 여동생을 대하며 보여준 언행을 따라가며 어떤 독자는 응원을 하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성장통을 겪어가는 제시의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 작품이라 다소 불편한 장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령 외모를 두고 놀리는 장면이나 형제끼리의 다투는 내용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독자나 마냥 해피엔딩을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 형제와 갈등을 겪으며 혼란스럽지만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고 위로와 치유의 경험을 하고 싶은 독자, 모험과 따뜻한 이야기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담담하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마치 우리나라 소설 ‘소나기’처럼 안타까운 순간에도 별처럼 빛나는 감동을 느끼고 각자의 왕국, 테라비시아로 가는 다리를 상상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이 글을 쓰면서 


- 자료 조사와 복습, 준비 과정만 한 시간이 걸렸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역시 글쓰기는 어렵다. 헉헉대다가 물 한 모금 마시고 아들이 좋아하는 ‘Si Tú La Quieres’(만약 네가 그녀를 사랑한다면)이라는 스페인어 노래를 들으며 운을 뗄 수 있었다. 


- 서평 타입을 참고했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덧붙이거나 빼거나 수정한 부분이 있다. 원서라는 특징이 국내 서평 양식에 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초안을 쓰고 나니 어느새 세 시간이 다 돼간다. 힘들다. 음, 아직 나는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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