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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마리아 Oct 09. 2024

책이 점점 변하다가 내가 변한다

『 AGAIN! 』)





Again!저자Emily Gravett출판Macmillan Children's Books발매2016.11.08.




세드릭은 붉은빛을 내뿜는 화난 용이에요. 

그런데 절대로 잠을 자러 가지 않는 용이었지요. 단 한 번도 말이에요. 


(p.2)




『 AGAIN! 』(또 읽어 주세요)의 저자 에밀리 그래빗(Emily Gravett)은 1972년 영국 브라이튼 출생의 작가이다. 첫 그림책 『늑대들』 을 시작으로 영국 최고 그림책 상인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사랑스럽고 독특하며 기발한 구성으로 어린 독자와 여러 사람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주요 작품으로  『 또 읽어주세요(Again!)』,  『원숭이랑 나랑』,  『네가 좋아』,  『엄청나게 근사하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모자』 등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자기 전에 부모님과 함께 책을 읽고 싶다며 조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 권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라면 자신의 어린아이를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수도 있다. 현재 취침 전 아이에게 책 읽기가 습관이 되어서 수면제처럼 책이라 기대한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아이가 '또 읽어 줘요!'라고 외칠 수도 있다. 이때 부모의 심정을 어떨까? 어제도, 아아가 오늘도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면? 혹은 같은 날 같은 책을 계속 다시 읽어달라고 고집부리며 잠을 청하기는커녕 점점 눈만 또렷해진다면?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 있을까. 집집마다 다를 것이다. 자정이 다 돼가도 꾹 참고 좀 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어른도 있을 테고, 그만 자라고 읽던 책을 강제로 덮거나 아이와 협상을 하며 살살 달래다 먼저 지치는 부모도 있을 터이다. 



 잠잘 시간 책을 읽어달라고 청하는 어린 용이 있다. 용 그림이 있는 빨간색 표지의 양장본 책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커다란 몸집의 엄마 용도 귀여운 아기 용도 넘을 수 없는 붉은빛이 강렬한 책표지! 아기 용은 담요를 쥐고 엄마용의 품에 안겨 불을 뿜는 '세드릭'이라는 용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세드릭은 늘 화가 나 있고 붉은빛을 나며 잠도 안 자는 무서운 용이다. 공주를 잡아 파이로 만들고 주변의 트롤들도 괴롭히며 공포를 자아낸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불덩어리처럼 시뻘건 색으로 타오르는 괴물 같은 용이다. 매일 끔찍한 소란을 일으키는 세드릭은 이 말을 외치곤 한다.


  "내일 모든 걸 다시 할 거야!"


그다음 날 여전히 붉은 용, 세드릭이 성으로 찾아오지만 뭔가 다르다. 공주는 성에서 용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안한 표정의 세드릭이 선물인 듯 보이는 파이를 손에 들고 있다. 무서워 벌벌 떨던 트롤들은 세드릭의 귀여운 사과에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세드릭의 이 말은 여전히 반복된다. 


  "내일 모든 걸 다시 할 거야!" 


그다음 날이 되어 아기 용이 엄마 용에게 세드릭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한다. 책은 그대로인데 내용이 그 전날과 확연히 바뀌어 있다. 그보다 더 큰 변화는 엄마의 표정이 매우 피곤하고 아기 용과 떨어져 있으며 심지어 피하려는 듯 보인다. 반면 아기 용은 생생한데 특이하게도 눈 밑에 다크서클이 아닌 붉은 서클이 생겼다. 이야기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붉은색 투성이었던 세드릭의 몸에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아기 용이 세드릭처럼 변하고 이야기 내용도 자꾸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같은 책을 읽는데 내용이 바뀐다면 우선 엄마 용이 책의 내용을 조금씩 바꾸어 읽어주는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오스카 와일드)처럼 점점 변해가는 아기 용을 보다 보면 이게 동화 맞나 싶을 정도로 뭔가 꺼림칙하고 불길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처음부터 공주를 파이로 만들어 먹으려 하고 트롤마처 괴롭히는 용의 이야기라니. 그것도 자야 하는 시간에 말이다. 전통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는 이야기의 전개와 용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부정적 감정이 들든 긍정적 감정이 들든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서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효과는 있는 듯하다. 그러다 뭐가 바뀌었나 하고 다시 전날의 내용과 그림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온화한 색조와 표정으로 변해가는 세드릭(p.3, p.7)을 보면 안심이 된다. 하지만 아기 용이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변해가며 엄마 용에게 '또 읽어 주세요, 또 읽어 줘, 또 읽으라니까!'(p.4, p.6, p.8)를 외치다 큰 사고를 일으키는 장면을 보면 눈살을 찌푸릴 독자가 있을 수도 있다.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지만 행복한 결말, 도덕적인 결말을 꿈꾼 어린 독자 및 부모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단 세드릭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 내용의 글자가 꽤 작고 내용이 적지 않아 잠자리용으로 읽었다가 눈이 똘똘해지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있다.



과감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때로는 퓨전을 즐기며 스스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공감과 거부, 놀람과 신비로움, 황당함 등의 다양한 반응이 예상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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