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어 원서

사랑은 배려다『Skylark』

by 애니마리아


32481913700.20240711071637.jpg




Skylark저자 Patricia MacLachlan출판 Harpercollins Juvenile발매 1997.01.01.




<Skylark> 한국어 번역서는 <종달새>이다. 작가 패트리샤 매클라클랜(Patricia Maclachlan1938~2022)은 작품의 배경처럼 초원에서 태어나 코네티컷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교사로 일하다가 그림책과 동화 등을 발표했다. 본 작품은 뉴베리 상(1986)을 받은 작품 <Sarah, Plain and Tall>의 후속 편 중 하나이다. 세라 시리즈는 총 5편으로 이 작품 뒤에 <Caleb's Story>, <More Perfect Than the Moon>, <Grandfather's Dance> 등의 속편이 더 있다.



작품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섞일 듯 섞이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한 가족이 된 세라는 더 이상 단독 주인공이 아니다. 이 책의 화자이기도 한 애나(Anna)와 남동생인 케일럽(Caleb)은 새엄마가 된 세라와 가족이 된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하지만 이내 동화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이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다가온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게 문제였다. 뜨거운 여름, 농장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아빠 제이콥(Jacob)에게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 것이다. 연못은 물론 유일한 식수인 우물이 하나둘씩 말라 가자 마을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등지기 시작한다. 뜨거운 열기와 가뭄으로 두 번이나 자연 화재가 일어났고 세라는 옷에 불이 붙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아빠는 아내 세라에게 아이들과 함께 잠시 아내의 친정, 메인 주로 보낸다. 아빠와 생이별을 하게 된 아이들은 처음에 비가 자주 오고 바다까지 있는 메인 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고향의 비 소식이 없자 아빠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는데 애나와 케일럽은 과연 아빠가 있는 초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곳 출신이 아닌 세라는 혹여 아빠를 떠나 헤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이 책의 원형인 <Sarah, Plain and Tall>을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단편의 이야기임에도 독특한 미국의 문화에 놀랐고 아픔 속에서도 밝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특히 '새엄마는 악녀'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은 이야기와 다른 신선한 전개에 매료되었다. 캐릭터들의 순수한 마음과 용기는 일부 거친 모습에도 불구하고 동화와는 다른 핍진성이 담겨 있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두 번째 이야기인 <Skylark>에서 극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가뭄은 인간의 힘으로 온전히 막기 힘든 천재지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환경 변화의 악조건 속에 인간은 선택을 해야 하며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기도 한다. 세라와 아빠 제이콥의 관계, 애나와 케일럽의 관계, 애나와 세라, 제이콥과 아빠 사이의 끈끈한 관계는 가족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관찰력이 뛰어난 애나는 세라의 언행을 통해 아빠에 대한 배려를 감지한다. 세라는 친정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비나 울창한 식물, 넘쳐나는 물에 관한 이야기를 일부러 생략하는데 비가 전혀 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빠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글 사이의 맥락을 곧바로 알아차린 애나는 속으로 말한다.







메인 주가 울창한 건 세라 아줌마 잘못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23쪽


It's not your fault that Maine is gree, Sarah, I thought. It isn't.




그렇다고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처럼 고양이와 개, 소와 같은 동물의 습성과 로맨스, 생명의 탄생과 기대와 같은 에피소드에는 유머와 따뜻한 온정으로 가득하다. 가령 새벽에 태어난 송아지를 빨리 보고 싶어서 밥을 우적우적 집어넣는 케일럽의 모습에서 아이다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또한 매 장의 끝에 애나의 생각과 독백이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일기처럼 마무리되는데 이 부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섬세한 소녀의 감성에서 더 나아가 촌철살인 같은 문구를 만날 때면 읽다 말고 메모장에 필사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케일럽은 아빠처럼 말이 능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멋진 말을 하기도 한다./98쪽


Caleb, like Papa, is not always good with words. But I think Caleb says it best.



문득 이 책 제목이 왜 '종달새'인지 궁금했다. 언뜻 다가오지 않았다. 새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종달새의 습성에 대해 알아보니 조금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종달새는 20센티미터 내외의 작은 새로 암수가 봄, 여름 내내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시조의 유명한 한 구절인'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노고지리가 종달새라는 사실도 알았다. 특히 종달새는 텃새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저귀는 경우가 많다는데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도 자신만은 땅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아빠 제이콥의 모습이 형상화된 상징물이 아닌가 싶다. 그 땅의 의미를 이해한 세라, 배려의 모습에서 사랑이 보였다. 그 사랑을 보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미소가 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환상은 현실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