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 THIEF>
The Real Thief Paperback저자윌리엄 스타이그출판 Square Fish발매 2012.08.24.
Title: THE REAL THIEF(번역서:진짜 도둑)
Author: WILLIAM STEIG
PUBLISHER: SQUIRE FISH
FIRST PUBLICATION(초판):1973
미국의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1907~2003)는 '만화의 제왕(King of Cartoons)'이라는 별명이 있다. 만화가이자 어린이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칼데콧상과 뉴베리 상 등을 받았다. 미국 공황기에 청년 시절을 보낸 그는 생게를 위해 만화 연재를 하거나 광고 그림을 그렸는데 후에 제작한 그림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아벨의 섬>, 과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등의 작품이 있으며 영화 <슈렉>의 원작인 <슈렉!>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책 표지에 근엄한 영국 의장대 군인을 형상해 놓은 듯한 거위 그림이 <진짜 도둑>의 주인공이다. 붉은 제복에 허리는 뿌듯하다 못해 다소 거만해 보일 정도로 곧추서 있는 거위의 옆모습이 프로필 사진 같기도 하다. 오른손(날개)에는 자신의 키보다도 훨씬 크고 무시무시한 창을 들고 있고 좀 더 들여다보면 열쇠 꾸러미가 허리에 채워져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눈을 지그시 갈고 앞을 응시하는 거위의 얼굴은 '자부심' 그 자체이다.
이 거위의 이름은 가웨인. 그의 주 임무는 새 왕립 금고 창고 밖을 지키는 일이다. 그의 휘하에 보초를 보조하는 부하인 하비, 가비, 웨트모어가 있지만 금고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바실 왕과 경비 대원 가웨인뿐이다. 온갖 보석과 귀중품, 세금이 가득한 금고를 관리하기 위해 바실 왕은 가웨인과 매번 함께 작은 루비 하나까지 세고 수의 변화를 확인하고 기록한다. 바실은 가웨인을 아들 못지않게 사랑하고 아끼며 가웨인 또한 왕의 믿음에 충성을 다하며 이 일을 즐긴다. 보안의 중요성 때문에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꼼꼼한 일 처리로도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석이 몇 개, 혹은 몇십 개씩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금고문을 드나든 흔적도 전혀 없고 자물쇠도 전혀 부서지지 않았으며 다른 열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왕과 가웨인이 가능성이 있는데 왕은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훔칠 리는 없다. 결국 가웨인이 도둑으로 의심받고 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가웨인은 분노하며 끝까지 자신은 무죄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귀신이라도 있나. 아무런 흔적도 없는 상황에서 절도가 가능하기라도 한 걸까.
초반부터 사건이 급격한 물살을 타고 흐르듯 전개되는 와중에 이 책이 과연 동화인가, 혹시 미스터리 탐정물이 아닌가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탐정 소설로 보기에는 단서나 의심 갈 만한 캐릭터를 분석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정황이 가웨인에게 불리하게만 설정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단순한 우화로 치부하기에는 사건이 복잡하고 캐릭터의 내면이 사람의 탈을 쓴 동물처럼 섬세하게 그려진다. 왕궁을 배경으로 한 만큼 신의와 충성, 믿음과 의심 혹은 배신으로 인한 상처로 무너져 가는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그래서 교착 상태에 빠진 주인공의 상황이 더욱 극적으로 그려지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누구보다도 가웨인을 신임했던 왕의 갈등과 심리적 변화를 보노라면 독자는 마치 눈앞의 화재를 목격하고도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낄 터이다. 하지만 아무리 속으로 '안돼'를 외쳐도 가웨인은 감옥에 갇히고 말 것이다.
"It was not gawain. He is an honorable goose, as everyone knows. I trust him as much as I do myself. The fact is, I love him as I would a son."said the king firmly.
...
"He' hidden the loot somewhere."said the Prime Mimister."I know he has. I recommend that we bring him to trial and find out where.
King Basil agreed/p.10
완전한 미스터리물은 아니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에 흥미가 있거나 동물 캐릭터에 녹아든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단 후반부의 반전이라 하기에는 복선이나 단서가 없어서 다소 황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통 탐정물의 논리적 사건 해결에 익숙한 독자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건 전개보다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부정적 감정 속에서 성장하는 캐릭터 자체는 꽤 즐길 만하다.
언어의 마술을 부리듯 역설적 언어의 조합(painfully beautiful 고통스럽게 아름다운)과 리듬감 있는 어구(serenely beautiful, greenly beautiful/49쪽)도 발견하면서 원서 읽기를 좀 더 흥미롭게 연습하기 괜찮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