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WL MOON 』
"내 코와
빰끝이
차갑기도 하고 동시에
뜨겁기도 했어.
하지만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부엉이를 만나러 가려면
조용히 해야 해, 그리고 스스로 온기를 만들어야 해.
And my nose
and the tops of my cheeks
felt cold and hot
at the same time.
But I never said a word.
If you go owling
you have to be quiet
and make your own heat
from <OWL MOON>"
작가 제인 욜런(Jane Yolen)은 1939년 미국 작가로 그림책은 물론 청소년 소설, 논픽션, 시 판타지 동화에 이르는 다양한 책을 썼다. 칼데콧 상을 비롯, 권위 있는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작품으로 <황제와 연>(1967년), <바람을 사랑한 소녀>(1972) 등이 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접하게 된 그림책으로 '부엉이 보러 가기'가 미국에서 얼마나 캠핑 못지않게 신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한 원어민에게 이 책을 언급하니 어릴 적 사서였던 어머님이 늘 읽어주던 책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정다운 부녀간의 모험과 동물에 대한 사랑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는 서문에 밝힌 작가의 헌사에서도 드러난다.
"아이들과 부엉이 보기 여행을 떠날 남편, 데이비드를 위해.
그리고 나의 손녀, 니샤에게 바친다. 언젠가 부엉이 보기 여행을 갈 만큼 컸을 때를 대비하여"/OWL MOON(1987)(<번역서: 부엉이와 보름달>(2000)
어느 추운 겨울날 밤, 세상은 온통 눈으로 새하얗고 잘 때가 훌쩍 지났지만 아빠와 어린 소녀는 옷과 장갑을 껴 입고 길을 나선다. 부엉이 보기 활동을 위해서다. 저 멀리 기적이 울리고 그 소리에 놀란 개들이 울부짖고 겨우 다다른 숲은 어두운 심연처럼 무섭기만 하다. 게다가 어찌나 추운지 모자를 귀까지 눌러쓰고 목과 얼굴을 덮다시피 맨 스카프는 입김으로 축축하기 그지없다.
무섭고 춥고 외롭고 무엇보다 답답하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어리지만 똘똘하고 당찬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특이한 점은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서구권에서 유난히 지혜의 상징, 호감의 동물인 부엉이는 여느 동물처럼 인간의 접근, 그들의 소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토록 조심해도 부엉이를 목격할 확률은 반반, 아니 그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소녀는 각오가 되어 있다. 은색 마스크를 쓴 듯한 달빛 아래서 마침내 아빠와 소녀는 자리를 잡고 온 힘을 다해 그동안 참아 왔던 소리를 외쳐본다.
"후우, 후우, 후후후, 후우우우우우우..."
과연 첫 부엉이 탐사 여행에서 소녀는 부엉이와 만날 수 있을까. 못 볼 수도 있지만 실망하지 않으려 마음먹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새하얀 설원에서 펼쳐지는 그림은 동양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듯 흑백의 명암 묘사가 탁월하다. 군데군데 다채로운 색감이 섞여 있지만 흰 눈에 비치는 그림자의 명암이 사물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와 신비로운 전설을 만드는 듯하다. 애니메이션의 혹 하는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은근히 섬세하고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이 숨어 있기도 하다.
요새 AI가 생성한 그림이 눈에 자주 띈다. 명령어 몇 개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출력물이 나온다. 그래서 더 구분이 가기도 한다. 파스텔 톤인 듯 깔끔하고 우아하고 몽환적이며 부드럽다. 블로그나 SNS뿐만 아니라 이번 학기 교수님의 수업 자료에서 AI를 이용한 이미지를 보고 빠른 보편화를 실감했다.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겠지만.
시적 서사로 소설의 심상이 뛰어나다고 평을 받은 한강의 작품처럼 소녀의 내면 속에서 함께 이동하며 시를 짓는 듯한 여행 같은 책. 아이의 본성을 억누르면서 침묵을 지키고 추위와 싸우며 아빠와 걸은 그 길을 소녀는 잊지 못할 것이다. 집에 돌아간다면 소녀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한층 성장해 있을 테니까.
Owl Moon : 1988 칼데콧 수상작저자제인 욜런출판 Philomel Books발매 201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