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REAT KAPOK TREE 』
Title:『 THE GREAT KAPOK TREE 』
Author: Lynne Cherry(1952~)
Published in 1990
두 남자가 열대 우림에 들어서자 모든 동물이 울음을 멈춘다. 몸집이 큰 남자는 거대한 판야 나무를 가리키고는 자리를 떠나고 작은 체구의 남자는 도끼를 들어 거대한 나무의 줄기를 내리치기 시작한다. 워낙 크고 단단한 나무라 아직은 상처 수준이다. 어느새 피곤해진 남자는 나무 아래에서 그만 잠이 들고 나무 주변에 숨어 있던 동물들이 하나, 둘씩 다가와 남자에게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한다. 첫 번째 동물은 보아 뱀으로 나무를 타고 내려와 자고 있는 남자의 귀밑까지 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비, 원숭이 떼, 새, 양서류, 밀림 속 최상위 동물인 재규어까지 몰려왔다. 이들은 도대체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남자는 무사할까. 나무와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이 그림책은 캐릭터 사이의 사건에 중요한 바탕이 되는 시간의 흐름과 장소의 이동이 역동적인 작품과는 다르다. 갈등과 위기에 초점이 있기보다는 작가가 동물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에 주목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사건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초대장에 불과하다. 문지방을 넘어 초대 장소에 간 독자는 한 청년과 함께 정글로 들어가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동물들처럼 숨죽이며 지켜본다. 동물도 남자도 모두 걱정이 되는 순간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온갖 생명체를 접하며 그들이 들려주는 호소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번역서 제목은 원문 그대로 '거대한 판야 나무'가 아니라 『아마존 열대 우림의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원하는 건 우리가 외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신비로운 시선보다 열대 우림의 진짜 주인의 목소리를 듣는 행위가 아닐까.
작가 린 체리(Lynne Cherry)는 1952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역사학을 전공했다. 지구 온난화, 강과 바다, 열대 우림 및 온대 강우림 지역 등의 환경에 관심을 두고 책을 출판하는 등 환경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1990년 출간된 이 작품은 환경의 소중함과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를 독자가 깨닫게 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으며 이 분야의 고전이 되었다. 본 작품 외에 『애벌레에서 나비까지』, 『과학자와 어린이가 함께 파헤치는 지구 온난화』 등이 있다.
도입부와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양쪽 가득 채운 화려한 정글의 이미지와 색감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의 수묵화와 정 반대의 느낌으로 어찌 보면 여유가 없긴 하지만 그만큼 아마존 우림지대의 특징을 잘 표현한 예술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글과 함께 있는 그림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정글 세계에 글이 마치 액자처럼 끼어들어 있는 모양새다. 그림과 글의 배열조차 진정 주목받아야 할 대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어느 쪽을 펼치더라도 한참 바라보게 하는 끌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이 서식한다는 지역답게 나무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풍부한 생명체의 존재를 실감하게 한다. 동물원의 인위적이고 답답한 대표 동물이 지구 자체가 환상의 세계로 보이게 할 만큼 멋지고 독특한 동물들의 등장은 또 하나의 포인트다. 단순히 새가 아니라 큰 부리새, 마코 앵무새(금강앵무), 바위새만 보아도 이런 새가 정말 있나 할 정도로 낯선 외모의 그림이 따라온다. 청개구리를 닮은 작고 귀여운 외모의 개구리들을 자세히 보면 의외로 독이 있는 양서류들도 섞여 있다. 일반 고슴도치와 닮았지만 다른 습성의 호저 가족의 모습을 보노라면 차이를 알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는 효과도 있다.
다양한 동물이 차례대로 잠에 빠진 남자에게 가까이 와 속삭이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왜 남자가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되는지,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입장을 호소한다. 협박과 불만보다는 슬픔과 부탁, 애정이 담겨있다.
아저씨, 열대 우림이 망가지면 생명체는 죽어요... 아주 많이 죽어요. 아저씨가 이 거대한 판야 나무를 벤다면 우리 동물들 많은 수가 집을 잃게 된다고요.
Senhor, a ruined rain forest means ruined lives... many ruined lives. You will leave many of us homeless if you chop down this great Kapok tree.
본문 중에서(쪽 수 표기 없음)
작품은 주인공의 미래가 궁금한 열린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나아갈 길과 지구라는 환경, 인류와 동식물의 생존을 위한 길을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목적, 같은 생각이라면. 혹은 다른 만남을 상상할 수도 있다. 다른 생각, 다른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아와 타자, 환경을 생각하는 고학년부터 추천한다. 단순히 동물과 교감하는 동화로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하지만 인류의 생존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The Great Kapok Tree저자 Cherry, Lynne출판 Gulliver Green발매 199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