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어 원서

함께 하지 못해도 기억할 수 있을까

『 AMOS & BORIS 』

by 애니마리아


* Title: 『 AMOS & BORIS 』

* Author: William Steig

* Published in 2009 by Square Fish

* 최초 발행일: 1971


바닷가에 사는 쥐, 아모스는 바다의 모든 게 좋다. 바다 냄새, 바다의 파도 소리, 파도를 타고 데굴데굴 굴러오는 조약돌까지도. 바다가 너무 좋아 바다 저편의 세상이 궁금한 아모스는 어느 날 스스로 배를 만들어 식량을 가득 싣고 항해에 나선다.


온 힘을 다해 배를 띄우고 여행을 시작한 때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과 환한 날씨에 그저 즐거웠던 아모스는 뱃멀미도 산 같이 커다란 파도도 두렵지 않았다. 밤이 되어 배에 누운 채 별빛을 바라보던 아모스는 그만 뒤척이다 배 밖으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지고 만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깜깜한 밤바다에 힘마저 점점 빠져 이내 빠져 죽을 것 같은데 혹여라도 상어와 같은 무시무시하고 큰 물고기가 다가올까 두렵기만 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편에서 거대한 몸집의 생명체가 아모스에게 다가오는데......


때로는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두 동물이 우연히 만나 우정을 쌓은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좀 식상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뭔가 독특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았다. 책을 다시 훑어보아야 하나. 내가 제대로 읽지 않은 건 아닐지 의심이 갈 찰나 뭔가 다른 방향에서 이 책을 돌아보고 싶었다.


한강 작가는 책을 읽고 쓰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고전이 답했다>의 저자 고명환도 고전을 읽다 보면 질문을 하게 된다는 말을 하며 그 자체로 의미 있음을 피력하였다. 질문에 대한 생각, 질문이 질문을 낳고 그 질문에서 생각한 답변은 또 다른 질문을 낳고... 확실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명확한 답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떠올린 질문의 의미를 따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책을 들어 제목을 다시 보았다. 처음에는 예상되는 주제나 내용을 상상할 수 없었다. 작디작은 쥐 한 마리가 커다란 물고기 위에서 태양을 즐기는 듯한 모습은 나른함 그 자체였다. 아모스와 보리스는 이 두 동물의 이름일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리스가 고래가 아닌 돌고래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돌고래도 쥐와 친구가 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훨씬 큰 고래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의 상상력이 참 좁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단정하기 전에 떠오른 것은 역시 질문이었다. 왜 쥐일까? 왜 고래일까? 그림에서 캐릭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막상 읽고 나서도 쥐와 고래의 조합은 여전히 어색하다. 작가는 왜 쥐와 고래를 엮었을까. 왜 그들이어야만 했을까. 나도 질문이 생겼다.


쥐는 육지에 사는 포유류 중 가장 작은 동물이라 한다. 벌꿀 주머니쥐의 경우 키가 약 3.5cm이고 무게는 1.5g에 불과하다고 하니 작기는 정말 작다 싶다. 반면에 가장 큰 포유류는 고래로 육지가 아닌 바다에 사는 게 특이하다. 블루 웨일 고래는 길이가 자그마치 30m에 체중은 200톤의 무게까지 나간다고 하니 말이다. 둘 다 포유류이긴 하지만 인류도 이 공통점을 알게 된 건 역사상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바다를 사랑하는 쥐였기에 이 둘은 서로 만났지만 아모스 쥐도 거대한 고래 보리스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포유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무리 바다가 좋아도 쥐는 육지에서 살아야 한다. 여행은 달콤하지만 언제까지고 소금물과 플랑크톤으로 연명할 수만은 없다. 위기에 빠진 아모스를 위해 다른 고래 동료와의 해후도 미루고 집으로 데려다주는 보리스. 아모스 보리스에게 이별을 아쉬워하는 순간 둘은 약속한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We will be friends forever, but we can't be together. You must live on land and I must live at sea. I'll never forget you, though.

본문 중에서


아모스가 이어 말한다.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자신도 언젠가 보리스를 돕고 싶다고. 그게 가능할까. 다시 만날 수는 있을까. 설사 한 번 더 만나게 되더라도 작은 쥐가 커다란 고래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나 있을까. 아니, 털이 있기나 할까. 아모스를 좋아하고 존중한 보리스도 스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겼다.


Boris laughed to himself. "How could that little mouse ever help me? Little as he is, he's all heart. I love him, and I'll miss him terribly."

본문 중에서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이지만 불가능한 일이 때로는 이루어지기도 한다. 환상과 과학을 경계 짓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우정과 사랑의 힘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아모스와 보리스의 깜찍하고 육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흔하지 않지만 허구 같은 이야기도 때로는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발한다.







85858389294.jpg




Amos and Boris저자윌리엄 스타이그출판 VHPS발매 2009.09.1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곳은 우리 모두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