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축구 경기에 대한 소식 업데이트이다. 아이는 잉글랜드 프로 축구의 최상위 리그인 이피엘 EPL에 늘 관심을 두고 경기를 지켜봤다. 처음 훈련소에서 약 한 달간은 전화나 인터넷 등 일반인이 누리는 연락이나 정보 접속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던 아이는 고등학교, 대학에 가서도 축구를 좋아해 동아리에서 활동하거나 대한민국의 경기는 물론 이피엘의 토트넘, 맨시티의 경기를 거의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듯했다. 아이의 사춘기 시절 나는 아이와 점점 대화가 주는 것이 아쉬웠다. 되도록 아이의 취미나 공부에 영향을 끼치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공통 화제는 만들고 싶었다. 소위 추천 도서를 내민 적도 있으나 이 또한 강요로 느껴졌는지 거부하는 듯한 아이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베스트 일레븐 BEST ELEVEN'이라는 잡지를 보고 사주었다. 읽어 보라고 내밀었을 때 아이가 그나마 말하는 "예!" 혹은 "오케이"를 들으려고 매달 사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집에서 먼 곳에서 대학에 다니며 이런 단기 전통은 흐지부지 끝났다. 하지만 이때쯤 나는 아이에게 축구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하고 나 또한 손흥민 선수가 있는 토트넘 경기를 종종 챙겨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어났다. 물론 이런 변화는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노력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시안컵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프리미어 리그 경기도 한창인데 어쩌니?"
"그래서 말인데, 엄마. 엄마에게 중요한 미션을 부탁해야겠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팀은 사실 맨시티(맨체스터 시티 MANCHESTER CITY FOOTBALL CLUB)잖아. 당분간 이 경기들 있으면 주요 내용과 함께 나중에라도 알려줘. 편지에 써도 되고."
"음, 엄마는 토트넘 경기만 해도 버거운데. 맨시티까지 챙겨야 하는 거야? 아시안컵은 아빠한테 부탁하는 게 어때?"
"그럴까? 아빠는 시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들려줘요."
"음,..."
말로는 투정 부리듯 대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다. 그동안 내가 내키는 때만 가끔 챙겨보았는데 이제부터는 아이가 알려준 앱을 내려받아서 소식도 챙기고 경기도 모니터해야 한다. 예상보다 늦어지는 대한민국 장병 온라인 카페 개설 사정으로 2주 넘게 따로 정보를 메모,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고서처럼 되어 간다. 위문편지도 마찬가지여서 따로 써서 저장했다가 마침 브런치 허가가 나서 이곳에도 남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를 위해 책임이 늘어난 만큼 내게도 글감이 생기고 생각도 정리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첫 번째 미션 수행 중(한글 문서에 업데이트)
참고로 아들의 최고 팀, 맨시티 FC에는 엘링 홀란드, 케빈 더 브라위너, 제레미 도코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이기도 하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휘 아래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최근 경기로 맨시티와 토트넘의 FA 컵 경기가 있었다. 손흥민 선수가 없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응원하는 토트넘이 힘든 경기를 한 듯해서 걱정이 된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걸 보니 나도 EPL 팬이 된 것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된 것인가?
두 번째는 아이의 소중한 식물 친구, '바질이(별명:윌슨-아마 톰 행크스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를 따온 듯하다)'를 돌보는 일이다. 아이가 자취하면서 온 정성을 다해 이 만큼 키웠으니 제발 죽이지 말고 자신이 다녀올 때까지 잘 돌봐달라 했다. 매일 조금이 물을 주고 햇빛도 쏘게 하라고 해서 나름 신경 쓰고 있는데 점점 시들어가서 나는 지금도 벌벌 떨고 있다. 주말에는 통화가 가능해서 몇 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바질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혹여라도 물어볼까 봐 벌벌 떠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관심이 적어질까 봐 그런지 남편은 창가에서 부엌 가까운 선반으로 바질이를 옮겼다. 인사도 하고 물도 주고 말도 걸어주라면서.
군대에 아들을 보내도 끝이 아니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다. 아이가 수험생 때도 이렇게 긴장하고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곁에 있을 때와 멀리 가족과 나라를 위해 떨어져 있는 게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문득 핸드폰에도 깔아 놓은 앱을 열어 본다. '전역까지 D-532'일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웃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든다. 새로운 시작은 내게도 해당이 된다. 엄마로서 잘 못 챙겨준 일이 더 많지만 편지나 글로 아이에게 안식이 되고 싶다. 요리는 못해도 외롭지 않은 편지를 쓰고 싶다. 글을 가장한 편지가 아이에게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일일이 편지로 전하면 부담이 될 터이니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전하기도 해야겠지. 다만 진심 어린 이야기처럼 어미의 심정, 시선을 남기고 싶다.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 덕분에 오늘도 엄마는, 우리 가족은 꿀잠을 잘 수 있다고 말이다.
아들의 소중한 바질이, 윌슨. 입대 전에는 그나마 대체로 파릇파릇했는데...
아이의 말대로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받게 해도 점점 시들해졌다. 왜 내 손만 거치면 모든 식물이 약해지는지 모르겠다. 시들어지는 윌슨을 보며 내 마음도 덩달아 시들해진다. 마음이 아프다. 시들면 혹여나 아이의 훈련이 고된 것은 아닌지 괜히 내 마음대로 심상화하게 된다.
온라인 편지 및 훈련소 사진 관련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이가 입대하면 앱에서 '더캠프'를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훈련병 등록 후 함을 클릭하면 10일 후에 카페가 개설된다는 안내가 나오나 15일이 지난 지금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위문편지'일 텐데 안타깝다. 이도 관리하는 분이 계실 텐데 바쁘거나 일이 밀려 있어 그럴 것이라 애써 침착해지려 한다.
또 하루가 지났다.
우리의 바질이는 결국 사망했고 바싹 말라버렸다.
그리고 택배가 왔다. 남편이 주문한 거라 한다.
바질이의 죽음에 벌벌 떤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하나도 아니고 새 바질이, 로즈메리, 페퍼민트와 라벤더라고 한다. 부모 두 사람의 노력으로도 사망한 바질이를 기억하며 새로운 아이들을 잘 키워보자고 한다. 약 3주 후면 퇴소식이 있는데 그때까지 잘 자라주길...:)